/경인일보DB
/경인일보DB

쌍방울 대북송금 혐의 등으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에서 징역 9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던 대북송금 혐의가 일부 인정되면서 공범으로 연루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향방이 주목된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신진우)는 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이 전 부지사에 징역 9년6개월과 벌금 2억5천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3억2천595만원을 명령했다. 검찰은 앞서 이 전 부지사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15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장기간 뇌물 및 정치자금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지원받은 피고인 행위는 상당한 정치적 경력을 갖춘 고위 공무원으로서 우리 사회에서 유력 정치인과 사기업 간 유착관계 단절을 위한 노력이 지속됐음에도 이러한 기대를 저벼렸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또 “북한과의 교류협력사업을 진행하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신중하게 추진해야 함에도 자신의 공적 지위를 이용하여 사기업을 무리하게 동원했다”며 “음성적인 방법으로 북한에 거액의 자금을 무모하게 지급함으로써 외교·안보상 문제를 일으켜 비난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핵심 쟁점인 대북송금(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및 뇌물 혐의는 일부 유죄로 판단됐다. 쌍방울 대북송금 혐의는 쌍방울이 경기도를 대신해 도의 대북사업 자금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방북비 등으로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대납했다는 내용이다. 이 전 부지사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과 함께 송금 과정을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800만 달러 중 혐의가 인정된 액수는 약 394만 달러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 등 공범들의 진술과 증거자료들을 바탕으로 이 전 부지사가 북한에 자금을 전달하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소위 ‘환치기 방법’ 등으로 북한에 전달됐다는 의혹을 받았던 자금은 불법 수출행위로 볼 수 없는 점, 금융제재대상자인 조선노동당에 지급했다는 자금에 대해서는 실제 지급되었거나 지급할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해 일부 자금액수는 무죄로 판단해 혐의에서 배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쌍방울이 북한에 보낸 자금이 경기도 대북사업에 동원된 것이라는 사실을 법원이 인정하면서 공범으로 특정된 이 대표 수사를 비롯한 향후 검찰 수사 향방이 주목된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김 전 회장의 대북송금 관련 진술을 확보한 뒤 이 전 부지사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이 대표를 공범으로 적시한 바 있다.

이어 지난해 9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에서 기각됐고, 이 대표에 대한 기소는 8개월여 동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재판부는 선고 중 “당시 경기지사에게 (쌍방울의 대북송금 사실을)보고하였는지는 이 사건과는 무관하기에 판단하지 않는다”고 짚기도 했다.

이 전 부지사는 또 2018~2022년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법인차량, 허위 급여 등 총 3억4천여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도 유죄로 적용됐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가 평화부지사 재직 기간이 아닌 킨텍스 대표이사 시절과 평화부지사 취임 전 제공받은 뇌물에 대해서는 직무관련성과 정치활동 지원 명목에 해당하지 않아 무죄로 봤다.

이 밖에도 김 전 회장과 공모하여 쌍방울 직원을 시켜 자신의 사건에 관련된 PC 하드디스크 등을 파쇄하고 교체하도록 지시해 증거를 인멸하려 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이 전 부지사와 함께 기소된 전 쌍방울 임원 A씨는 뇌물공여 등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이 내려졌다.

대북송금 혐의 등으로 징역 9년6개월을 선고받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 변호인 김현철 변호사가 7일 선고기일 직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6.7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대북송금 혐의 등으로 징역 9년6개월을 선고받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 변호인 김현철 변호사가 7일 선고기일 직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6.7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한편 선고 직후 검찰과 이 전 부지사 측은 쌍방 항소 입장을 즉각 밝혔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인 김현철 변호사와 김광민 변호사는 재판 직후 수원지법 앞에서 결과를 규탄하는 입장을 내놨다. 김광민 변호사는 “재판부 발언 중 귀를 의심한 말이 있었다”면서 “건실한 중견기업인 쌍방울이 직접 (대북사업을) 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행위라고 했는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쌍방울이 어떤 기업인지 다 안다”며 “상식적으로 어떻게 국정원 문건이 거짓말이고 김 전 회장 진술이 진실이겠나, 이 판결은 전제사실 자체가 잘못됐는데 어떻게 정당하고 정의로운 재판이겠느냐.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수원지검도 이날 언론에 입장을 내고 “북한 측에 전달했다는 불법 대북송금 범행의 실체가 확인됐다”면서 “뇌물 부분에 법정 하한인 징역 10년보다 낮은 8년이 선고된 점, 외국환거래 절차 부분에서 일부 무죄가 선고된 점에 대해서는 판결문 검토를 마치는 대로 항소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