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자전거 도로, 뚝 끊긴 친환경 정책 [길 잃은 인천 자전거 정책·(上)]

입력 2024-06-09 20:28 수정 2024-06-10 14:43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6-10 1면

10년 넘게 제자리걸음에 그쳐


2008년 정부 기조 발맞춰 '市 이용시설 기본계획' 탄력
현재는 안내판 없이 색깔로 구분된 겸용 '사실상 인도'
구간구간 짧고 보관장소 부족… "관심 줄어 예산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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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전 인천 남동구 시청입구 삼거리 예술회관역 인근 자전거 도로가 출근길 보행자들과 자전거 이용자로 뒤섞여 있다. 2024.6.3 /이상우기자 beewoo@kyeongin.com
 

자전거는 대표적인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한때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구호 아래 정부 주도의 자전거 활성화 정책이 전국에서 추진됐다. 인천은 15년 전 첫 결실이 나왔다. 남동구와 연수구에 추진한 왕복 78㎞ 길이 '제1단계 자전거도로 사업'이 2009년 준공된 것이다.

인천시는 그해 8~10월 열린 인천세계도시축전을 앞두고 2007년 '자전거 이용 활성화 조례'를 제정했다. 2008년에는 '자전거 이용시설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인천시의 자전거 활성화 정책은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맞춰 한층 탄력을 받는 듯했다.


그로부터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지난 5일 오전 8시께 인천 남동구 삼성생명 건물 인근 시청입구삼거리 자전거도로. 2009년 1단계 사업으로 조성된 인천의 첫 자전거도로다. 출근하는 수십여 명의 시민이 버스정류장 또는 인천도시철도 1호선 예술회관역 방면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이 도로는 자전거와 보행자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겸용 도로'로, 인도와 자전거도로 표면 색깔을 구분해 놓은 분리형에 해당한다.



하지만 자전거 통행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알리는 표지판 등은 없었다. 그저 하나의 인도와 다를 바 없었다. 많은 보행자가 인도처럼 자전거도로 위를 걸었다.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가 뒤섞일 수밖에 없어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이 일대 자전거도로를 자주 이용한다는 김승배(71·남동구)씨는 "예술회관역 근처 자전거도로는 사실상 인도"라며 "보행자가 자전거도로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안내판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전거도로를 걷는 보행자가 많다 보니 자전거 이용객이 오히려 눈치를 보며 통행하기도 했다. 자전거를 탄 한 시민이 보행자들 때문에 앞으로 가기 어려워지자 "지나가겠습니다"라고 외쳤다. 자전거도로로 걷던 이들이 조금씩 좌우로 비켜준 덕에 지나갈 수 있었다. 직장인 김지수(27·남동구)씨는 "출근 시간대에는 사람이 많다 보니 따로 자전거도로와 인도를 구분하지 않고 걷게 된다"고 말했다.

인천시청 입구 삼거리 자전거 도로 불편
지난 5일 오전 인천 남동구 시청입구 삼거리 예술회관역 인근 자전거 도로가 출근길 보행자들과 자전거 이용자로 뒤섞여 있다. 2024.6.3 /이상우기자 beewoo@kyeongin.com

자전거도로가 군데군데 끊어져 있고, 버스정류장 등에 자전거를 보관할 장소가 많지 않다는 점도 자전거 이용률이 낮은 요인이다. 인천 남동구에는 178개의 자전거도로가 설치돼 있다. 이 가운데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는 152개로, 전체의 85.4%를 차지한다. 길이가 1㎞ 미만인 자전거도로는 100여 곳에 이른다. 100~200m의 짧은 자전거도로도 있다.

레저 목적으로 자전거를 탄다는 이기흥(62·계양구)씨는 "도심은 자전거전용도로가 없거나, 있어도 구간구간 끊겨 있어 위험하다"며 "평소 도심에선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고 했다. 자전거로 출퇴근한다는 직장인 김승훈(31·남동구)씨는 "자전거를 세워둘 곳이 많지 않다"며 "지하철역마다 자전거 거치대가 있으면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 모두에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인천시는 '1단계 자전거도로'를 구축할 당시 도심 지역 자전거 이용이 늘고 자동차 운행이 줄어드는 효과가 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자전거도로 확충은 더디거나 미미했고, 자전거가 운송 수단 중 차지하는 비율(수송분담률)도 15년 전과 거의 변화가 없다.

인천시 교통안전과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어들어 예산이 많이 삭감됐다"며 "기존 자전거도로를 정비하는 데 예산 대부분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수송분담률 높일 지선도로 '외면'… 단절도로 연결도 '헛바퀴' [길 잃은 인천 자전거 정책·(上)])

/이상우·정선아기자 beewo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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