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조치를 반대하는 집단은 크게 3개로 나뉜다. 지난 2월 수련 중인 병원현장을 이탈함으로써 반발을 가장 먼저 행동에 옮긴 전공의들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 20여개 의대 교수들이 기존의 의대교수협의회와 별도로 조직한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그리고 전국의 개업의를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이다. 그동안 사안과 상황 전개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기도 하고, 마찰을 빚기도 했던 이들 의료계 3개 직역단체들이 사실상의 연대 총파업을 결의함에 따라 이번 의정(醫政) 충돌사태가 다시 한 번 중대국면을 맞고 있다.
그동안 환자들 곁을 떠날 수 없다면서도 주 1회 휴진을 감행해왔던 서울대병원과 서울의대 교수들이 전공의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오는 17일부터 전체 휴진에 돌입하겠다고 지난 6일 선언하자 다음날 전의비가 지지선언을 하며 집단행동 동참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전국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집단행동 참여 여부를 묻는 투표를 실시한 의협도 어제 투표결과를 공개하며 집단행동을 결의했다.
의료계 3개 직역단체들을 이렇게 하나로 모이게 하는 명분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의 '취소'다. 정부가 지난주 복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 절차 중단과 병원의 사직서 수리 허용 등 유화책을 제시하자 아예 행정처분의 '중단'이 아닌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집단휴진, 즉 파업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데 국민들 눈에는 억지스럽다. 그동안 정부가 제시한 안에 대해 일단 철회 또는 취소부터 요구하면서 정작 대화 자체는 거부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의료계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 통용되는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보건의료노조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들의 이런 불편한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응답자의 85.6%가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쟁의 상대인 정부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아니다. 의료현장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들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라는 사실에 의료계 해당 직역단체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의사들은 그동안의 대정부 투쟁에서 실패한 전적이 없다는 사실에만 기대는 모양인데 백전백승의 싸움은 애초에 없다. 국민적 혼란과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사태를 수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