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경인칼럼] 적대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입력 2024-06-11 19:59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6-12 19면
입법부 장악한 민주당 이재명 의해 '형해화'
대선주자 1위지만 여전히 사법적 뇌관 작용
국힘, 野 특검정국 헤쳐나가기 버거워 보여
현상황 타개하는 자가 차기 대선 거머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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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객원논설위원
제22대 국회가 개원했지만 야당 단독 개원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막을 올린 제21대 국회에서 여야의 적대와 대치는 일상이었고 타협과 협상은 사라졌다. 21대 전반기 국회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함으로써 존중과 배려의 민주주의의 기본이 사라지면서 정치 역시 최악으로 치달았다. 제22대 국회는 개원 벽두부터 야당 주도의 특검법들이 발의되고, 야당 주도의 입법에 맞선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정치의 경로로 고착화되는 비토크라시(vetocracy)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러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제1야당 대표의 사법문제와 해병 대원 순직 사건의 수사 상황 및 특검 발동 여부가 언제든지 뇌관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구조적으로 여야의 적대가 비등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형국이 새로운 국회 벽두부터 현실화되고 있다.

민주화 이후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이 다른 여소야대의 분점정부를 여러번 경험했지만 임기 내내 여소야대를 유지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22대 국회에서 여소야대는 최소한 21대 대통령선거 전의 3년 동안은 유지될 것 같다. 집권당인 국민의힘이 정국을 여대야소로 바꿀 수 있는 동력을 지금으로서는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입법권력과 행정권력의 두 선출권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금의 상황은 여야의 정치적 속내와 무관하게 국정의 난맥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여야 합의가 안될 때 다수결로 처리하자고 주장하지만 이는 인내와 포용으로 상호 접점과 합의를 모색해 나가는 과정으로서의 정치를 사실상 포기하고 '다수의 횡포'를 기정사실화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입법부를 장악한 민주당의 당내 민주주의는 이재명 대표에 의해 형해화되어 가고 있다. 향후 이 대표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어떠한 결론을 맺을 지는 알 수 없다. 대법원 판결은 다음 대선 이후에나 내려질 것이 틀림없는 상황에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대세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판단을 민주당의 친명 주류가 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대북송금사건 재판 1심에서 중형을 받았다. 이 대표와의 연관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어느 한 사건이라도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난다면 이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과 당내 장악력에 손상이 갈 수밖에 없다. 대법원 판결이 대선 이후에나 나올 것이기 때문에 2심에서까지 유죄가 내려져도 이 대표의 위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본다면 이는 순진한 발상이다. 이 대표와 관련된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극구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부인하는 것도 이 대표가 대권만 잡는다면 모든 건 다 해결된다는 지극히 정략적인 발상에서 기인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가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지금은 여야 통틀어 대선 주자로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여전히 이 대표에게는 사법적 문제가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점이 한국정치의 적대적 양상이 심화되는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원인일 수 있다. 윤 정권의 불통과 무능력, 오만 등의 결과가 총선 참패로 나타난 것이지,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의 절대적 지지가 아님을 민주당은 명심해야 한다. 이는 총선 후에도 여전히 민주당의 정당지지도가 정체를 보이는 것과 무관치 않다. 총선 대패 이후에도 혁신과 성찰을 보이지 못하고 민심에 조응하지 못하는 대통령실과 여당의 정치감수성 부재의 틈새를 민주당은 강공으로 파고들고 있다. 그럼에도 여권의 그동안의 정치적 경로에 비추어 볼 때 여권이 변할 것 같은 느낌은 좀처럼 들지 않는다. 입법부에서의 집권당은 명실공히 야당이다. 국민의힘은 여당이지만 여전히 윤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정당으로 변모하지 못하면서 행정부와 입법부에서 사실상 고립되어 가는 '집권야당'의 왜소함만 노출시키고 있다. 기본적으로 야당이 조성해 갈 특검 정국을 헤쳐나가기가 버거워 보인다.

이러한 여야의 상황은 정치와 민생이 점점 분리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여야의 수뇌들이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은 현재의 상황이 타개되지 않는 한 적대의 파고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자가 차기 대선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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