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가 태어난 의료기관이 소재한 지자체에 출생 사실을 알리는 '출생통보제'가 다음 달 19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또 의료기관에서 자신의 신원을 밝히고 출산하기 어렵거나 양육에 도움이 필요한 임산부 등을 지원하기 위한 '보호출산제'도 함께 시행된다.
두 제도는 이른바 '유령 아동'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 정부가 병원에서 아이가 태어났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출생 미신고' 아동을 전수 조사하면서 다수의 영아 유기·살해 등의 사건이 잇따라 드러나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줬다. 최근 인천에서는 자신이 낳은 아이 두 명을 출생 직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30대 친모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는 2012년 9월과 2015년 10월 출산한 남자아이를 각각 출생 직후에 살해하고 암매장한 혐의를 받았다.
출생통보제가 아동의 출생신고 누락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 보호출산제는 위기 상황에 처한 임산부가 병원 밖에서 아이를 낳아 유기할 가능성이 우려되면서 출생통보제의 보완책으로 나온 것이다. 보호출산제는 임신과 출산 그리고 양육에서 어려움을 겪는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다. 미혼모를 비롯해 저소득층·한부모·청소년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은 각 시·도에 설치된 '지역 상담기관'에서 상담 후 일시보호, 복지시설 연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보호출산제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무엇보다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를 알지 못하거나, 알고 있어도 도움받기를 주저하는 임산부가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강원, 제주, 대구 달서구·수성구 등 일부 지자체는 이미 조례를 제정해 위기 상황에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임산부들의 현황을 파악하고 관련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지침에 따라 지역 상담기관을 지정하고 운영 예산을 지원하는 것으로 지자체의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보호출산제와 출생통보제의 취지인 임산부와 아동의 권리 보호를 위해 지자체가 지원 대상자 발굴에 적극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자체가 출산과 양육을 도울 각종 복지제도를 활용해 이들을 지역사회의 품으로 안아야 한다는 의미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정부의 이번 정책을 뒷받침할 조례 제정과 세부적인 지원책 등을 조속히 마련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