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처럼 고를 수 없다”… ‘뺑뺑이’ 돌던 환자 목숨 살린 인천의료원

입력 2024-06-13 17:52 수정 2024-06-13 20:09
인천의료원 전경. 2024.4.23 /경인일보DB

인천의료원 전경. 2024.4.23 /경인일보DB

천공성 급성 충수염 진단을 받은 50대 치매 남성이 종합병원 수술 의사를 찾지 못해 이른바 ‘병원 뺑뺑이’를 돌다가 인천의료원의 응급 수술로 목숨을 건졌다. 그는 정신질환을 비롯한 복합질환자로, 수도권 대형병원 여러 곳에서 수술을 거부한 환자를 인천 공공병원 의료진이 살려냈다.

13일 인천의료원과 함박종합사회복지관에 따르면 인천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10일부터 복통을 호소했다. A씨는 치매를 앓고 있고 평소 연락하며 지내는 가족이 없어 함박사회복지관 요양보호사들이 돌보는 사례관리자다. 인근 개인병원에서 간단한 진료를 받은 뒤 복통이 나아지는 듯했지만 다음 날(11일) A씨 증상은 더욱 악화됐다. 종합병원 검진에서 A씨는 천공성 급성 충수염 진단을 받고 입원했다. 장 마비로 인해 장폐색(막힘)이 발생했고, 복막염까지 진행돼 자칫하면 패혈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A씨는 입원한 병원 병실에서 두 차례 무단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간호사 등 낯선 이들에게 폭력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병원은 A씨를 감당하기 힘든 환자로 판단해 12일 오전 예정된 수술을 진행하지 않았다. 담당 의사는 “국가는 의사와 병원을 보호해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진료의뢰서를 써 주며 정신의학과 협진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가라고 했다. A씨는 집으로 돌아갔지만 배가 부풀어 오르는 증상을 보이며 매우 고통스러워했다.

12일 오후 3시부터 A씨는 119 구급차를 타고 병원 뺑뺑이를 시작했다. 구급대원과 함박종합사회복지관은 인천뿐 아니라 국군수도병원을 비롯한 경기지역 종합병원들까지 수소문하며 수술이 가능한 곳을 찾았지만 허사였다. 일부 병원엔 직접 찾아갔으나 병원들은 “지금 수술할 의사가 없다” “다른 수술 환자가 있어 수술할 수 없다”며 A씨를 돌려보냈다.

그 과정에서 인천의료원 문도 두드렸다. 인천의료원도 처음엔 A씨의 심각한 상황에 난색을 표하며 수술을 거부했지만 오후 9시께 다시 A씨를 수술하기로 결정했다. 그 이튿날인 13일 오전 7시 조승연 인천의료원장 집도로 응급수술이 이뤄졌다. 수술은 잘 끝났고, A씨는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다.

김대호 함박종합사회복지관장은 “어느 병원에서 오라고 해서 갔는데 ‘수술이 안 된다’며 돌려보낸 과정이 수도 없이 있었다”며 “A씨의 배는 계속 부어올랐다.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고 눈물이 난다”고 했다. 이어 “어려운 결심을 해 준 인천의료원에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승연 원장은 “의사는 환자를 음식처럼 고를 수 없다”며 “어떤 환자이든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는 게 공공병원의 당연한 책무이고 의사의 본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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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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