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학도의용대 군가 한 자락… 음반으로 들어본다 [인천문화산책]

입력 2024-06-15 10:52 수정 2024-06-15 12:38

인천콘서트챔버 ‘인천학도의용대가’ 음반 발매

 

한국전쟁 자원입대 위해 부산 향한 길

결연한 각오… 행진곡풍 용맹함 표현

모교 재학생들 ‘학생연합중창단’ 참여

국내 유명 교향악단 연주자들도 동참

‘인천학도의용대가’ 음반 커버. /인천콘서트챔버 제공

‘인천학도의용대가’ 음반 커버. /인천콘서트챔버 제공

한국전쟁이 한창인 1950년 12월18일 인천 축현국민학교(현 중구 인천시학생교육문화회관) 운동장에 10대 청소년이던 학생들이 모여 자원입대를 위한 학도의용대 출정식을 가졌습니다. 이들이 20여 일 동안 부산으로 행군하며 부른 군가 ‘인천학도의용대가’가 현재까지 전해집니다.

상상해볼까요.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더 나아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쟁터에 뛰어든 인천 학생들의 마음은 어땠을지. 인천에서 한국전쟁을 상징하는 인물은 단연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자유공원 동상으로 우뚝 서 있는 더글라스 맥아더 유엔군 총사령관입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고향과 터전을 지키고자 전장에서 한 줄기 꽃이 된 인천학도의용대의 젊은 넋을 진정한 전쟁 영웅으로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때 그 당시 이들의 마음을 가늠하고, 이들의 존재를 알리는 음악이 복원됐습니다. 인천의 역사와 관련한 옛 음악을 발굴·연구하고 연주하는 단체 ‘인천 콘서트 챔버’가 되살린 군가 ‘인천학도의용대가’입니다.

우선 ‘인천학도의용대가’의 가사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정열과 용맹은 학도의 보배 / 이 나라의 흥망은 우리의 생명 / 이 몸을 다 바치어 나라가 흥한다면 / 우리 학도의용대 죽음으로써 / 아아 웃으며 꽃이 되리라” (이상 1절 가사)

“임전무퇴 교우이신 화랑도 정신 / 거룩하신 10용사 뒤를 받들어 / 백두산 하늘 높이 태극기 휘날릴 때 / 우리 학도의용대 보람 있으리 / 아아 웃으며 꽃이 되리라” (이상 2절 가사)

인천학생연합중창단의 ‘인천학도의용대가’ 녹음 모습. /인천콘서트챔버 제공

인천학생연합중창단의 ‘인천학도의용대가’ 녹음 모습. /인천콘서트챔버 제공

군가답게 씩씩한 기상과 애국심이 충만하고, 전의가 넘치며, 결연한 태도가 돋보입니다. 죽음을 불사한다는 의미의 ‘화랑도 정신’ 그리고 ‘웃으며 꽃이 되리라’라는 대목에선 학도의용대의 숭고한 희생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인천학도의용대가’는 이기관, 염상건, 김영택 작사로 알려졌습니다. 장중한 행진곡풍의 선율로 학도병의 용맹함을 표현합니다.

인천 콘서트 챔버는 ‘인천학도의용대가’를 두 가지 형식으로 노래를 복원해 음반에 수록했습니다. 1번 트랙은 소프라노와 바리톤의 2중창 버전이고, 2번 트랙은 이번 음원 제작을 위해 결성된 ‘인천학생연합중창단’의 중창 버전입니다. 인천학생중창단은 학도의용대에 자원한 학생들의 모교 재학생으로 구성됐습니다. 인천고, 인천남고, 인천대건고 등 학생 10여 명이 선배들의 노래를 부르고자 기꺼이 동참했습니다.

반주는 KBS교향악단, 서울시립교향악단, 인천시립교향악단,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수원시립교향악단,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 국내 유명 교향악단 단원 10여 명이 객원으로 참여했습니다. ‘교향악단 어벤저스’라 부를 수 있겠습니다. 하나의 악기씩 ‘일관 편성’을 했는데요. 크고 웅장한 연주보단 당시 절박하면서도 부족했던 환경까지 고증하고자 한 악기 편성입니다.

인천 콘서트 챔버 이승묵 대표는 이번 음반을 공공 또는 민간의 사업비·보조금 지원을 받지 않고, 본인이 전액 부담해 독립적으로 제작했습니다. 이승묵 대표에게 음반을 제작하게 된 이유를 물었습니다.

‘인천학도의용대가’ 기악 녹음 현장 모습. /인천콘서트챔버 제공

‘인천학도의용대가’ 기악 녹음 현장 모습. /인천콘서트챔버 제공

“자유공원 맥아더 동상 뒤편에 ‘학도의용대 호국기념탑’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어려운 한자가 써 있는 기념탑을 그냥 지나치곤 했는데, 그게 바로 인천학도의용대를 기리는 탑이었죠. 전쟁 영웅이 여기 또 있었구나 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마음이 웅장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어요. 분명 이와 관련된 음악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찾았는데, 실제로 있었습니다. 옛 음악을 발굴하고 연구하는 직업상 제가 이 음악을 복원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음반은 인천학도의용대에게 헌정하고 싶습니다.”

인천 콘서트 챔버 이승묵 대표가 ‘인천학도의용대가’ 녹음 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인천콘서트챔버 제공

인천 콘서트 챔버 이승묵 대표가 ‘인천학도의용대가’ 녹음 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인천콘서트챔버 제공

음반은 6월 중순 발매됩니다. 인천 콘서트 챔버 유튜브 채널(링크)에서도 음원을 들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선 작품 소개와 음반 제작기 영상도 공개합니다. 인천 콘서트 챔버는 학도의용대의 뜻을 기려 실물 음반을 무료로 배포합니다. 배포처는 인천 콘서트 챔버 홈페이지(www.inconcham.com)에서 확인하면 됩니다. 내년에는 LP 음반을 추가로 발매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노래로써 인천학도의용대의 숭고한 역사를 기억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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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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