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국립인천해양박물관] 시간을 거슬러 해양유물 만나고, 역사의 파도 넘은 뱃사람 삶 조망

입력 2024-06-16 20:08 수정 2024-06-17 10:47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6-17 5면

월미도 갑문매립지에 12월 정식개장
'항해조천도' 구현 3D 영상관 생생
선장 체험·별자리 공부 어린이 공간
국내 最古 화물선 '영흥도배' 전시
개항기부터 항만 노동자들 조명도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국립인천해양박물관 영상관.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아이들은 선장이 되고, 어른들은 바다를 보고'.

인천 중구 북성동 월미도에 자리 잡은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이 모든 공사를 마치고 오는 12월 개장한다. 정식 개관을 6개월여 앞둔 지난 14일 개장 준비에 한창인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을 찾았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은 수도권 최초의 국립 해양문화시설로, 월미도 갑문매립지 2만6천500여㎡ 부지에 지상 4층, 연면적 1만7천300㎡ 규모로 건립됐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 앞에 도착하자 파도를 본떠 부드러운 곡선 형태로 만든 웅장한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박물관 내부 중앙홀은 월미도 앞바다를 볼 수 있는 넓은 채광창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와 밝고 쾌적한 느낌을 선사했다. 인근에 있는 인천 내항에 입항하려는 선박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박물관 1층에는 아이들을 위한 3D영상관과 어린이 박물관을 두고, 2층에는 해양교류사실·해운항만사실, 해양 도서관 등을 마련해 관람객을 맞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3층에는 해양문화사실이 있었고, 4층은 야외 전망대와 카페로 조성됐다.

박물관 1층은 3D 영상관이 처음 관람객을 맞이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곳은 1624년 30여명으로 구성된 사신단이 바닷길을 통해 명나라에 다녀온 여정을 담은 그림인 '항해조천도'를 영상으로 구현한 공간이다.

벽면과 바닥에 당시 항해를 재현한 영상을 재생하고 있다. 영상에는 파도가 치는 모습이나 당시 기록에 남아 있는 고래와 용오름 장면이 담겨 있어 사신들의 여정과 직접 동행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국립인천해양박물관 영상관.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3D 영상관 옆에는 알록달록한 색으로 꾸며진 '어린이 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키즈카페처럼 꾸며진 이곳은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면서 배의 구조를 알 수 있도록 구성됐다. 아이들이 터치 패드로 선박의 구조와 관련된 퍼즐을 완성하면 선장·선원 캐릭터와 본인의 얼굴을 합성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아이들이 직접 선장이 돼 돛을 조절하거나 키를 움직여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고, 화면을 만지면 각 바다의 특징이나 날씨, 별자리 등을 알려주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 이형기 학예연구본부장은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배나 바다의 특징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어린이 박물관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
어린이박물관.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박물관 2층과 3층에서는 바다를 향해 나아간 우리의 역사와 해운산업의 미래를 마주할 수 있다. 해양교류사실은 선사시대부터 일제시대까지 우리나라 해양 교류 역사에 대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인천 옹진군 영흥도 앞바다에서 2012년 발견된 현존하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화물선인 '영흥도배'를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영흥도배는 통일신라시대 운항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화물선으로, 우리나라 연안뿐 아니라 중국까지 교류했을 것으로 관련 역사학자들은 보고 있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은 영흥도배를 실제 크기 그대로 전시할 예정이며, 2030년 발굴·복원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유물을 그대로 전시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신석기 시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창녕 비봉리 통나무배', 고려시대 화물선인 '대부도선'도 주요 전시물 가운데 하나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
해운항만사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이곳에선 개항기 인천항의 가슴 아픈 역사도 확인할 수 있다. 일제가 우리나라의 농수산물을 수탈하는 것을 사진이나 모형으로 표현했다. 특히 일본에 의해 강제로 개항한 당시 인천항의 모습과 최초의 인천항 갑문 공사 과정 등을 영상화해 방문객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에서 눈길을 끈 것은 항만 노동자의 삶을 조명한 '해양문화사실'이다. 이형기 본부장은 "다른 나라 해양박물관을 방문해도 항만 노동자들에 대해 전시하는 곳이 없어 아쉬운 마음이 컸다"며 "인천은 개항과 동시에 전국에서 항만 노동자가 몰려든 지역인 점에서 착안해 이들의 삶에 대해 알려주는 공간을 꾸몄다"고 했다.

물고기를 잡는 것을 업으로 삼던 사람들의 삶이 개항기 인천항이 문을 열면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여러 기록과 사진, 영상을 통해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뱃사람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던 인천 섬사람들의 민속 신앙이나 인천의 갯벌, 전통적인 수산물 거래 시장인 '파시'(波市) 등도 해양문화사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
해양교류사실 영흥도배.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박물관 4층에는 '오션뷰' 카페가 만들어진다. 이곳에선 바다를 보면서 커피를 마시는 등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자주 찾게 되는 박물관으로 만들기 위해 꼭대기 층에 카페를 만들었다고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관계자는 강조했다.

이형기 본부장은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은 수도권 시민들에게 바다의 소중함에 대해 알려주고, 언제든 편하게 와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0027.jpg

■ [인터뷰] 우동식 초대 관장


수도권서 바다 느낄 기회… 본연 업무 전시에도 충실


"수도권 시민들에게 바다의 가치를 알려주는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습니다."

올해 12월 개관하는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의 초대 관장을 맡은 우동식 (사진)관장은 "사람들이 유물을 향유하고, 직접 체험하면서 바다문화를 느끼는 박물관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인천 중구 북성동 월미도에 있는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은 수도권 최초의 국립해양문화시설이다. 수도권 시민들이 해양문화를 체험하거나 즐기려면 부산에 있는 국립해양박물관이나 울진 국립해양과학관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우동식 관장은 "인천에 바다가 있지만, 대부분 항구로 가로막혀 있어 수도권 시민들은 바다를 직접 느낄 기회가 많지 않다"며 "바다는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이 됐을 뿐 아니라 여러 수산물을 제공하는 소중한 존재인데, 접할 수 있는 장소가 한정적인 탓에 바다의 소중함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립인천해양박물관에서 우리나라 해양 유물과 역사적 기록 등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바다의 가치와 가능성을 알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개관을 앞둔 국립인천해양박물관에서 다양한 기획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우동식 관장은 설명했다. 그는 "우선 개관 첫 기획전시에선 우리 박물관에 892점의 유물을 기증해준 기증자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해양 생태계와 미술을 접목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우리나라 전통 선박들에 대해 조명하는 기획전시도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최근 체험형 박물관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유물을 수집하고 전시하는 박물관 본연의 업무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게 우동식 관장의 생각이다. 그는 "아무래도 아직 해양 생태계 유물이 부족한 측면도 있다"며 "더 많은 유물을 관람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국립수산과학원이나 극지연구소 등 다양한 기관을 방문해 관련 유물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우동식 관장은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은 사람들에게 바다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해주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세계 최고의 해양 박물관을 만들 수 있도록 개장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경인일보 포토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김주엽기자 기사모음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