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강화도 산불과 '오물 풍선'

입력 2024-06-16 19:29 수정 2024-06-17 10:59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6-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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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10일 인천 강화군 세 곳에서 연이어 산불이 발생했다. 9일엔 삼산면(석모도) 야산에서, 10일엔 강화본섬의 하점면 봉천산과 양사면이다. 발생지 사이의 거리를 감안하면 방화로 보기 힘들고, 실화나 자연발화로 보기엔 이틀 동안의 우연의 일치가 통계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다.

경인일보 기자가 세 군데 산불에서 공통적인 현상을 취재해 보도했다.(6월 14일자 1판 1면) 북한의 오물풍선이다. 삼산면과 양사면 산불은 발화 원점 반경 5m(특정발화구역)내에 오물 풍선 잔해가 불에 탄 채 발견됐고, 하점면 봉천산 산불 현장 곳곳엔 오물 풍선 잔해들이 흩어져 있었던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지난 5월 28일 밤 개시된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살포는 모두 네차례 실시됐다. 우리측 민간단체들이 북측에 날려 보낸 대북전단을 사상적 오물이라 비난했던 북한은 진짜 오물로 보복전을 감행한 셈인데, 문제는 풍선에 매달린 타이머와 기폭장치이다. 오물 투하 시점을 맞추기 위한 자폭 장치인데, 북한이 2016년 살포한 대남 삐라 풍선에서 처음 발견됐다.



군 당국은 강화 산불 현장에서 기폭장치나 인화물질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산림청도 오물 풍선과 산불의 인과관계 판단에 신중하다. 다만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다른 산불 발화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발화 원인에서 오물 풍선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2일 오물 풍선 중 하나가 부천시 대장동에 주차된 트럭 근처에서 폭발해 차량 운전석과 타이어가 불에 타기도 했다.

2018년 스리랑카 노동자가 불을 붙여 날린 풍등이 고양시 대한송유관공사 저유소의 유류탱크를 폭발시켰다. 버려진 풍등을 심심풀이로 날린 결과로 초대형 휘발유 탱크가 터져 수도권이 아수라장이 됐다. 하물며 자폭장치를 매단 수천개의 북한 풍선이 남한 전역의 상공에서 낙하했다. 위험시설이 가득찬 도심지역은 물론, 영동의 울창한 산림지역에서 상상을 초월한 재난을 일으킬 수 있다. 부천 차량 화재를 일으킨 폭발 정도면 충분하다.

관계당국은 강화 산불과 대남 풍선의 인과관계를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부천 차량 화재에 이어 강화군 연쇄 산불도 원인이 같다면, 오물 풍선은 심리전 수단이 아니라 대남 공습 무기로 규정해야 한다. 군사적 정의가 달라지면 우리의 대응과 대비도 달라져야 한다. 절대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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