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기후와 예술

입력 2024-06-17 20:11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6-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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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는 인류의 역사와 문명뿐 아니라 예술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16~18세기 무렵 지구의 연평균 기온이 1.5℃나 낮아져 이 시기를 소빙하기로 분류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때는 기후 조건이 나빠 식물의 생장은 물론 농작물 수확량이 매우 적어 사람들의 영양 상태가 매우 부실하여 페스트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져 수많은 유럽인들이 목숨을 잃는 이유가 됐다. 이는 셰익스피어의 '햄릿' 첫 장면에도 드러나는 바, 성루를 지키는 초병들이 춥다는 최상급의 표현을 거듭해서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반면 망외의 성과도 있었는데, 세계적인 악기로 꼽히는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이 같은 추위가 만들어낸 명품이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크로아티아 지역의 단풍나무로 만들었는데, 혹한의 시기에 생장한 나무인지라 나이테의 밀도가 이례적으로 촘촘하여 다른 바이올린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음색을 낼 수 있었다.

화산 같은 재해가 문명과 예술에 미친 영향력도 만만치 않다. 3천500년 전 모세의 출애급 당시 산토리니에서 발생한 화산폭발로 크레타문명이 종언을 맞는가 하면, 베수비오 화산폭발로 찬란했던 폼페이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 버렸다. 일상에서 널리 사용되는 그로테스크란 말은 벽화·도자기·건축물 등에 새긴 그림 그로트(grotto)에서 유래된 말이다. 그로트는 동식물 등 다양한 그림을 복잡하게 구성한 이미지들을 가리킨다. 폼페이 유적에서 발견된 다양한 항아리 유물의 그로트들이 대표적이다.



1815년에 분화하여 지구 생태계와 기후에 엄청난 영향을 준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은 유럽엔 길고 지루한 장마와 북미 지역엔 난데없는 6월 폭설을 몰고 왔다. 이 같은 불안한 상황에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최초의 SF인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다. 그리고 1883년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섬의 화산폭발은 세기말 상황과 겹치면서 여러모로 영향을 주었다. 지금 예술의 전당에서 한참 전시 중인 뭉크의 그림이 그러한데, '절규'는 개인사적 불행과 불안의식에 세기말의 상황을 잘 대변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요즘 6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폭염 상황이라면 호러와 납량물들이 제격일 터인데, 이보다 더 오싹한 것은 갈수록 치솟는 물가와 서울대 병원 등 4개 병원 의대 교수들의 무기한 휴진사태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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