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로 경제성장률 둔화
급기야 '피크 코리아론'까지 확산
국회는 책임 눈감고 권리만 내세워
등골 빼먹는 포퓰리즘성 정책 외쳐
'뭘 안해야 할지'를 더 고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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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희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MS 창업자 빌 게이츠,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메타(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크버그.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글로벌 기업을 일군 CEO란 사실은 빼고. 실은 세 명 모두 대학 중퇴자다. 그럼 기업가로 성공하길 꿈꾼다면 대학을 중퇴하는 게 옳을까?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철학자·시인이었던 디아고라스. 그는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무신론자였는데 친구는 그런 태도를 무척 안타까워했다. 어느 날 친구는 신전 벽에 걸린 '폭풍우를 만난 선원들이 신께 기도하는 그림'을 가리키며 말했다.

"선원들이 생존한 건 신이 있다는 뜻이고, 기도에 신이 흔쾌히 응답했단 증거다." 이에 디아고라스는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되물었다. "버림받아 익사한 훨씬 더 많은 수의 선원들 그림은 왜 여기 없는가?" 신의 은총으로 구원받은 선원 모습은 그림 속에 있는데, 신에게 열심히 기도하고도 바다에 빠져 죽은 이들 모습은 어디에 있냐며 친구에게 따져 묻는다.

디아고라스의 반문은, 추론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저지르기 쉬운 인간의 오류·취약성을 일깨운다. 난파선 생존자는 신의 은총을 말할 수 있지만, 익사한 선원들은 영원히 말이 없다. 그렇게 진실과 경험담은 묻히며 후세에 전해지지 않는다. 위는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이란 개념을 최초로 기록한 사례다.

원점으로 돌린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CEO 중엔 대학을 중퇴한 이가 많다. 중퇴가 마치 성공의 전제나 필수조건처럼 비친다. 잡스는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자신의 대학 중퇴를 "당시엔 꽤 두려웠으나 돌이켜보면 제가 내린 최고의 결정 중 하나"라고 했다. 한술 더 떠 페이팔 창업자이자 벤처 투자가인 피터 틸은 대학 중퇴 후 창업하는 이들에게 10만 달러 장학금을 주기도 한다.

대학교육 무용론이 아드레날린을 자극한다. 창업에 뜻을 가진 이는 대학을 그만둬야 할까? 대답은 '아니오'다. 대학 중퇴자가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기 더 유리하다는 식의 일반화는 생존자 편향이 작동한 결과다. 즉 선택적(불완전한) 데이터로 인한 오류다.

한 명의 승자 뒤엔 그들의 검증된 노하우를 추종했음에도 실패한 수백·수천명의 사람이 있다. 허나 기록엔 모조리 빠져있다. 실패한 사람은 회고록을 쓰는 경우가 많지 않고, 쓴다고 해도 쉽사리 출판되지 못할뿐더러, 출판돼도 주목받지 못하는 탓이다.

성공하려면 오롯이 성공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믿지만, 실패를 인식하지 못하면 성공과 실패의 까닭을 알 수 없다. 성공한 소수의 표본과 사례에만 초점을 맞추면, 마치 그게 전체를 대표하는 걸로 인식돼 진실의 절반만 꿰는 생존자 편향을 부른다. 세상엔 그 존재를 인식치 못해 접근이 가로막힌 '증거'가 있는데, '블랙 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는 이를 침묵의 증거(silent evidence)라고 했다.

진실 하나.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세르게이 브린,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 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워런 버핏 등은 모두 대학(원)을 나온 성공 기업인이다. 이전 CNBC가 실리콘밸리 소재 CEO의 경력을 조사했더니 스탠포드·하버드·버클리 등 명문대를 졸업했고, 절반 이상(58%)이 대학원까지 마쳤다.

한국경제로 가보자. 고물가·고금리·가계부채로 서민 삶이 팍팍하다. 2010년 이후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0%대, 저출산·고령화로 경제성장률은 둔화, 급기야 피크 코리아(Peak Korea)론까지 확산중이다.

와중에 국회는 책임엔 눈감고 진영논리와 권리만 내세운다. 위선의 표본 같은 삶을 살아온 인간도 배지 달면 치외법권이 관습법인 나라가 됐다. 현금살포와 같은 후세 등골 빼먹는 포퓰리즘성 정책까지 외쳐댄다. 고스란히 물가상승·실질소득감소·재정악화로 이어짐은 나몰라라한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뭘 할지 보다 뭘 안 해야 할지를 더 고민해야 할 때다. '예기치 못한 일'이란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 아닌 애당초 생각을 안 한 일이다. 정책 입안과 실행에 생존자 편향이 없도록 '침묵의 증거'를 두루 살펴야 한다.

/김광희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