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불안·주거·출산육아 부담
교육경쟁·일과 생활 조화 어려움
정부, 저출산 5대 주요 원인 꼽아
청년층 '반드시 결혼' 비율도 급감
'사람과 사람 못 만남' 걱정할 시점


정명규-이학박사.jpg
정명규 전북대 석좌교수
합계출산율이 1.3이하로 내려가게 되면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되는데, 우리나라의 2024년 합계출산율은 0.68로 전망되어 초저출산 국가보다도 훨씬 낮아질 예정이다. 매일 언론매체를 통해 "나라가 위기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다" 등 다양한 우려의 소리를 듣고 있으나 무감각해진지 오래다. 이제까지 조 단위의 예산이 저출산을 막기 위해서 매년 투입되었다는데, 도대체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

국회예산처에서 발행한 2023년 경제 현안 분석을 자세히 살펴보면 어느 정도 그 답을 찾아볼 수 있다.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 수가 감소하는 동시에 급격히 고령화되어 가고 있다. 즉, 삶의 양극단에 있는 인구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증감하고 있어 역삼각형의 인구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현상은 노인의 빈곤과 청년층의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며 사회적으로 큰 부담으로 다가오게 될 것으로 각 세대가 살아온 배경과 공유하는 가치관이 달라서 생기는 '정서적인 세대 갈등' 수준을 뛰어 넘는 '현실적이며 잔인한 세대 갈등'의 시대가 도래할 것을 암시한다.

우리나라에서 자녀를 낳는다는 의미는 아직까지 비혼 가정의 자녀 비율이 매우 소수임을 생각했을 때 혼인과 출산이 연결 선상에 있다. 그러므로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살펴볼 때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왜 결혼하지 않는가? 드라마에서는 아름다운 온갖 종류의 사랑을 다루고 있고, 결혼에 대한 비현실적인 주제를 다루는 것이 인기를 모으는 현상은 변함이 없는데 왜 우리는 이제 완벽히 드라마와 현실을 분리하게 된 것인가?

실제로 정부에선 고용불안, 주거부담, 출산과 육아 부담, 교육경쟁 심화, 일과 생활 조화의 어려움을 저출산의 5대 주요 원인으로 지정하였다. 고용불안 측면에서 통계적으로 살펴보면, 청년의 첫 일자리 근로형태가 1년이하 단기계약직인 경우가 2008년 11.2%에서 2022년 29.5%로 증가하였고, 30세 이상의 실업률과 15~29세 청년 실업률이 2022년 각각 2.3%, 6.4%로 청년 실업률이 이를 훨씬 웃돌고 있으며 이러한 차이는 2017년 즈음에 극에 달했다가 낮춰지는 추세이나 여전히 격차가 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첫 직장을 잡고, 일을 시작해야 하는 나이에 불안정한 고용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전 세계적인 경제적 불황과도 맞닿아 있고, 자신이 배운 것과 일자리 간의 미스매치와도 연결되어 있겠지만 실업급여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 있다든지 혹은 사회구성원 간의 양극화로 인해 계층 간의 사다리가 끊어졌다는 비관적 생각에 빠져 그저 '현재를 즐기자,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라는 식의 소비적 삶을 선택한 결과일 수도 있다. 1인 가구의 경우 소득대비 소비 비중이 전체 가구(46.7%)보다 높은 비율(62.8%)을 나타내고 있으며 특히 1인 가구의 절반 이상이 미혼이라는 것을 보면 청년층이 버는 만큼 소비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결국 유용할 현금이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비극적으로 주택가격은 치솟고 있다. 즉, 결혼을 하고 싶어도 당장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양육 하는데 드는 현실적 비용의 부담이 정서적 욕망을 이기게 되었으며, 이것은 각종 미디어와 SNS의 확산으로 인해 누구나 타인의 인생을 현미경으로 보는 것처럼 알 수 있게 되어 명백한 '사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최근 10년 동안 통계청 사회조사에서도 청년층의 남녀 모두에서 결혼을 반드시 해야한다는 비율이 급감한 것도 이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혼인하지 않는 사회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결혼은 개인의 선택이며 그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 또한 결혼은 출산의 도구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상호작용하고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며 이는 어떤 면에서는 축복이다. 씁쓸한 것은 이러한 이야기 또한 또 다른 흘러간 노래가 되어가고 있다. 결혼하지 않는 사회, 사람과 사람이 만나지 않는 사회, 아니, 못 만나는 사회인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명규 전북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