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피해자 의료비 지원 5년 명시… "트라우마에 기한이 있나"

입력 2024-06-19 20:02 수정 2024-06-20 14:30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6-20 7면

세월호 유가족·생존자 '한시적 지원' 논란


아들 잃은 강씨, 몇해전부터 악화

기한 둔 '지원법 개정안' 비판 나와
"비슷한 사건 터지면 다시 고통…"
온마음센터, 800여명 아직 치료중
정부 "다른 지원과의 형평성 고려"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강지은(55·여)씨가 안산의 세월호 유가족·생존자 심리지원기관 온마음센터를 찾은 건 3년 전이다. 두통과 가슴 뛰는 증상은 자식을 잃어 당연하다고 생각해 감내해 왔는데, 몇 년 전부터 사나흘을 뜬 눈으로 지새울 정도로 몸 상태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강씨는 "눈이 시려 눈물이 계속 흐르는데도 며칠을 잠들지 못했고 운전하는 도중에 중간 기억을 잃는 경우도 생겼다"며 "전엔 아픈 게 버틸만 하고 나를 돌보는 게 죄책감이 들었는데, 일상생활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몸이 아파 지금은 우울증·신경안정제 등 매일 알약 6~7알을 기본으로 먹는다"고 했다.

최근 공포된 세월호피해지원법 개정안에 참사 피해자 의료비 지원 연장 기간을 5년으로 명시한 것을 두고, 트라우마 치료에 기한을 설정한 부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세월호 참사 피해자의 의료지원 기한 5년 연장을 골자로 하는 세월호피해지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지원 기한에 제한이 없던 원안과 달리 개정안에는 5년이 명시됐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고영인 전 민주당 의원은 "정부와 여당이 예산 등을 이유로 의료비 지원에 부정적이어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 타협안으로 5년으로 수정해 밀어붙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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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1시께 안산예술의전당에서 참사 이후 10년의 활동과 성과를 공유하는 ‘안산온마음센터 심포지엄’이 열렸다. 2024.06.17 /목은수 기자wood@kyeongin.com

지난 17일 안산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안산온마음센터' 10년 성과 포럼에서도 사회적 참사 피해자의 심리 지원에는 기한이 없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증상의 양상이 달라질 뿐 트라우마는 지속되고, 비슷한 사건이 터지면 다시 그 시점으로 돌아가 다시 고통을 경험하는 게 트라우마의 특성이라는 이유에서다.

서경숙 온마음센터 팀장은 "처음엔 피해자들이 참아야 한다고 생각해 잘 치료받지 않다가 현재는 원래 있던 질환이 악화하는 등 신체적 문제로 나타나면서 센터를 찾는 상황"이라며 "(정치인 막말 등)특정 사건을 겪으면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는 경우가 잦다.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주는 게 아니라, 고통에서 벗어나는 시점을 피해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국가의 책임"이라고 했다. 현재 온마음센터에서는 유가족 763명과 생존자 123명이 심리지원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해양수산부 세월호후속대책추진단 관계자는 "트라우마에 대한 지원은 지속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면서도 "의료비에 일정 정도 자부담을 내는 국가유공자 유가족과 치료비를 일시적으로만 지원했던 제주 4·3사건 피해자 등 다른 의료비 지원 사례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지원 비용과 방식의 적정성을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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