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주의보 속 힘겨운 바깥 노동
농부·건설현장 안전사고 예방 유의
"어지러워 아쉽지만 배달 포기도"
19일 경기도 내 29개 시·군(시흥·부천시 제외)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불볕더위가 연일 지속되면서 농사를 짓는 고령층을 비롯해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힘겨운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수원시 기온은 27℃였다. 권선구의 한 매실나무밭에서 만난 이종학(79)씨는 내리쬐는 햇볕 아래 구슬땀을 흘리며 제초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씨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아침부터 햇빛도 따갑고 정말 덥다. 더 뜨거워지기 전에 작업을 끝내야겠다"며 "이제는 밭일 나올 때 얼음물이랑 모자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인근 밭에서 만난 김모(85)씨도 "더워 죽겠다"고 말하며 선풍기와 의자 등이 있는 비닐하우스 안으로 몸을 피했다. 그는 "더운 날에는 오래 일하면 어지러워서 그늘에 들어가서 쉬어야 한다"고 했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각종 장비까지 착용하는 노동자들에겐 무더위가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이날 수원시 최고기온인 34℃가 기록된 오후 1시40분께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얼굴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권선구의 한 상가 신축현장에서 일하는 이모(45)씨는 "현장에서는 안전모에 안전화까지 착용해야 할 장비들이 많아 여름에는 땀이 정말 많이 난다"며 "자주 휴식시간을 가지면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용인시 수지구에서 만난 배달라이더 정모(41)씨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헬멧을 벗자 그의 머리카락은 흠뻑 젖어있었다. 정씨는 "안전을 위해서 보호대도 착용하고 반팔도 입지 않는데, 솔직히 더위 때문에 너무 힘들다"며 "지난주에는 더위를 먹고 어지러워서 저녁 배달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질병관리청의 올해 온열질환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지난 18일까지 발생한 경기지역 온열질환자 수는 50명으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2명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2.3배 늘어난 수치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