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아고라

[기고] 한국전쟁 발발 74주년에 즈음하여

입력 2024-06-20 20:09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6-2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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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호 예비역 공군소장·前 군인공제회 이사장
제2차 세계대전 후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전쟁은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이었고, 중동은 민족과 종교전쟁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석유로 인한 자원전쟁과 시오니즘(Zionism)대 비 시오니즘(Anti-Zionism)의 대립이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보면 인류역사가 전쟁역사이고, 전쟁역사가 인류역사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전쟁은 3년 동안 치열하게 진행되다 1953년 7월 종전이 아닌 정전협정으로 현재까지 71년째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북한은 현재 사실상 핵보유국으로서 한반도 비대칭 전력지형을 만들어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정권 당시 '전략적 인내'의 결과로 북한의 핵 개발 시간을 벌어 주었다는 주장을 차치하더라도 한국과 우방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늘 외치고 있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핵 없는 북한'은 공허한 소리일 것이다. 2010년 말을 전·후해 극심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던 '아랍의 봄' 당시 리비아 카다피가 친서방정책으로 전환한 후 몰락하는 등 많은 아랍의 정치지도자들이 권좌에서 쫓겨났으며, 1990년 소련 붕괴 때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핵을 반납한 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했듯 북한은 이러한 사례를 통해 정권몰락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국방장관 물망에 오르고 있는 크리스토퍼 밀러는 북한의 비핵화를 두고 알라딘의 요술램프를 인용해 "병(甁)에서 나온 지니는 다시는 병 속으로 못 들어간다(The Genie is out of the bottle)"라면서 노골적(어쩌면 현실인지도 모른다)으로 현재의 북한 핵을 인정하고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수십 년 동안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완전한 핵 폐기정책(CVID)'을 부정하면서 북한의 핵 보유를 이젠 되돌릴 수 없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뜻일 것이다. 74년 전 동족상잔의 전쟁비극을 경험했던 우리로서는 한반도 비핵화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외교적, 평화적 해결방안이 마련돼 핵 위협이나 핵 공갈 없는 세상을 염원하고 있다.



우리는 이 같은 불편한 진실을 애써 뒤로 하고 늘 금과옥조처럼 되뇌고 있는 굳건한 '한·미 동맹'과 현재의 '한·미·일 군사협력'에만 매몰되어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그릇을 놓치는 것은 아닌지 정치권과 국방안보 관련자들은 심사숙고해야 한다. '순자'의 의병 편 '장수의 마음가짐'에 나오는 '무급승이망패(無急勝而忘敗)'처럼 이기는 것에만 급급하여 패했을 경우의 대안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끝까지 지향해야겠지만, 해결이 안 되었을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반도에서 다시는 강대국들의 대리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강대국들의 신무기 시험장이 되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1950년 한국전쟁의 고통을 부모 세대들이 겪었고, 전쟁의 후유증을 보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공군 전투기 조종사였던 관계로 이스라엘 공군을 늘 생각한다. 아랍 제국에 둘러싸인 조그만 나라가 7차 중동전쟁을 거치면서도 굳건히 살아남아 큰 소리 치는 이면에는 우수한 기동력의 육군전력과 애국적 국민성 등을 꼽지만 '강한 공군력'을 보유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늘 역내 불안을 조성한다는 국제사회의 지적 속에서도 유대인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집단학살을 당했던 역사를 상기하며 미래 안보 불안을 사전에 제거하는 막강한 공군력을 보유하고 있다. 1981년 6월 핵무기 개발의 싹을 자른다며 1천600㎞나 떨어진 이라크의 '오시락 원자로'를 F-16 전투기 편대를 보내 파괴한 일, 장거리 폭격에 나선 전투기들이 적 방공레이더에 민항기로 나타나게 하는 전략전술, 일당백 정신의 조종사교육, 전투기 등 장비의 최신화, 지대공 미사일을 90% 이상 요격하는 아이언 돔 등이 지금의 이스라엘을 있게 한 것이다. 6·25 한국전쟁 74주년에 즈음해 한국도 '선택과 집중을 통한 무기체계의 확보' 등 어느 적대세력도 넘보지 못하는 강한 공군력 건설과 방공시스템 확보를 강조하고 싶다.

/김도호 예비역 공군소장·前 군인공제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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