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인천 원도심의 특별함을 미래 가치로 지키려는 사람들, ‘아주 오래된 미래도시’

입력 2024-06-22 16:41 수정 2024-06-22 16:45

문화자원 또는 개발 대상, 모순적 장소 ‘원도심’

원도심 미래 가치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 이야기

빈집 수백채 재생, 활기 찾은 일본 쿠라시키 등

역사 있는 특별함을 살아있는 장소로 만들어야

영화 ‘아주 오래된 미래도시’의 한 장면. /영화사 오원 제공

영화 ‘아주 오래된 미래도시’의 한 장면. /영화사 오원 제공

‘근대 도시 인천’이 발아한 중구·동구 구도심 일대를 일컫는 ‘원도심’은 인천의 과거와 미래를 가리킬 때 모두 쓰이고 있는 모순적 장소다. 원도심의 역사와 기억을 인천의 대표적 문화자원이라고 내세우고 있으면서 행정·경제 영역에선 ‘원도심 활성화’란 구호 아래 없애고 다시 개발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인천 원도심을 다룬 조은성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아주 오래된 미래도시’도 얼핏 모순적 제목이지만, 원도심이 미래도시로 나아갈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는 제목이다. 영화는 무분별한 개발과 재건축 대신 터전을 유지하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재생’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40년 동안 인천항에서 화물차를 운전하고 있는 김영빈 씨, 주택재개발사업 지역인 신흥동에서 40년 넘게 산 김광수·조희자 부부 등을 통해 원도심에서 피어난 삶의 현장을 조명했다. 이러한 삶의 현장들을 앞으로 사라지게 할 주거지 위주 항만재개발과 주택재개발 예정지도 찾는다. 원도심 곳곳은 개발과 재생이란 두 개념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리고 원도심의 미래 가치를 지키려는 사람들을 만난다. 1920년대 얼음창고를 아카이브 카페 빙고로 재생한 건축가 이의중 건축재생공방 대표, 여러 예술가들과 함께 다양한 방식으로 신흥동 재개발 지역의 적산가옥을 기록하고 가치를 발굴한 ‘신흥동 일곱 주택 프로젝트’를 주도한 오석근 작가, 옛 대화조 사무소(등록문화재)를 카페로 재탄생시킨 백영임 팟알 대표, 옛 양조장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민운기 스페이스빔 대표, 카페 싸리재 박차영 대표 등이다.

조은성 감독도 2019년 ‘신흥동 일곱 주택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그 영상 기록을 이번 영화에 덧붙였다. 영화의 막과 막 사이 옛 음악을 발굴·연구하는 단체 ‘인천 콘서트 챔버’의 ‘인천근대양악열전’ 공연 장면이 삽입돼 재미를 더한다. 인천 콘서트 챔버 또한 오래된 것들의 미래 가치를 지키려는 사람들이다.

영화는 30여 년 동안 방치된 민가 수백 채를 재생해 활기를 되찾은 일본 쿠라시키와 오노미치 지역 사례에 주목한다. 개발의 정반대 사례다. 쿠라시키 건축공방의 나라무라 토오루 소장은 “오래된 것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금도 살아있는 것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역사가 있다는 것을 특별하며, 그 특별함을 이어 나가서 살아있는 마을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인천에도 이런 요소가 충분히 있다”고 했는데, 오히려 일본에서 인천 원도심의 가치를 알아보고 있는 셈이다.

영화는 2021년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를 비롯한 여러 영화제에 초청돼 선보인 바 있으며, 2년여 만에 정식 개봉했다. 그 사이 새로운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가 인천 원도심을 뒤덮으려 하고 있다. 조은성 감독이 이 영화를 완결이 아닌 “진행형”이라고 말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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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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