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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인천] APEC 개최도시 ‘운영 여건 평가’ 이의제기… 오류 수정되나

입력 2024-06-22 20:09 수정 2024-06-22 20:17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이 지난 21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2025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선정과 관련해 인천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4.06.21 /인천시 제공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이 지난 21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2025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선정과 관련해 인천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4.06.21 /인천시 제공

2025년 우리나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열릴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인천을 비롯해 경주와 제주도가 정상회의 유치를 위해 경합을 벌였는데, 지난 20일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선정위원회가 경상북도 경주시를 개최도시로 정하는 내용의 건의안을 의결했기 때문입니다. 이 건의안이 다음 주 정부부처 차관 등으로 구성된 준비위원회에서 확정되면, 경주시가 2025년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로 최종 결정됩니다. 이변이 없다면 후보도시 실사 등 평가 전반에 참여한 개최도시선정위원회의 건의가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입니다.

인천 APEC 유치 기원 조형물. /경인일보DB

인천 APEC 유치 기원 조형물. /경인일보DB

이 결과를 두고 많은 인천시민들이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인천에서는 단 한 차례도 정상회의가 열리지 않았는데, 이번 정상회의가 인천에서 열리는 사상 첫 정상회의가 되기를 내심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모로 ‘준비된 인천’이었기에 아쉬움이 큽니다. 이번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이들도 많습니다. 당장 유정복 인천시장은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정상회의 개최지 최종 결정까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일찌감치 인천 시민의 공감대를 모아 한마음으로 추진해 온 일이기에 아쉬움이 더 큽니다. 지난 2022년 12월 ‘2025 APEC 정상회의 인천 유치 범시민유치위원회’가 발족했고, 인천시민 3분의1이 넘는 110만명이 서명 운동에 동참했습니다. 인천 각계각층이 참여한 ‘릴레이 지지선언’도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12월 인천시의회도 ‘APEC 정상회의 유치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힘을 보내는 등 인천의 각계·각층 인사들이 뜻을 모아 노력했습니다. APEC 21개 회원국은 세계 인구의 40%, 교역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데, 세계 최대 규모 지역협력체 교류의 장이 인천에서 열리게 된다면 인천은 도시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상승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으리란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인천 핵심 컨벤션 시설인 송도컨벤시아. /경인일보DB

인천 핵심 컨벤션 시설인 송도컨벤시아. /경인일보DB

여러모로 인천이 제일 앞서 보였습니다. 인천시가 다른 경쟁 도시와 비교해 세계적 수준의 마이스 인프라를 보유했다는 점은 이견이 없기 때문 입니다. 인천국제공항이 있어 정상회의 개최 장소에 도달하기까지 지리적 접근성이 뛰어나고 대규모 국제회의 개최가 가능한 회의시설·호텔 등도 충분했습니다. 정상급 회의 개최경험은 없지만, 다른 대규모 국제회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경험이 풍부합니다. 인천시는 지난해 5월 아시아·태평양을 비롯한 전 세계 68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등 5천여 명이 참석해 열린 제56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앞서 2015 세계교육포럼, 2014 인천아시안게임, 2009 아태도시 정상회의 등도 원활하게 치러낸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인천 시민의 바람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인천시민들의 아쉬움이 큽니다. 정상회의 개최·운영여건이 아닌 국가 균형발전 논리 등 경주시에 대한 정치적 배려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결과를 내놓을 거였으면 차라리 처음부터 정부가 정확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2005년 APEC 정상회의 개최지 선정’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서울을 배제하라’는 구체적 지침을 주기도 했습니다.

송도국제도시 전경. /인천경제청 제공

송도국제도시 전경. /인천경제청 제공

이번 선정 결과로 인한 후폭풍이 큽니다. 당장 유정복 인천시장은 “공정성이 훼손된 평가”라며 “공모 기준상 모든 항목에서 압도적으로 탁월한 인천을 두고, 경주를 개최지를 결정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고 공정하지 않다”고선정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외교부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평가 기준은 ▲개최 목적 및 기본계획 명확성 ▲국제회의 부합 도시 여건 ▲정상회의 운영 여건 ▲국가 및 지역 발전 기여도 등 4개 항목입니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문제를 삼는 항목은 ‘정상회의 운영 여건’입니다. APEC 정상회의 개최 시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회의시설인데, 경주는 이천에 비해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 이유니다. 인천은 송도컨벤시아에 약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전시장 4실과 대회의실 2실, 중소회의실 35실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주는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 전시장 1실, 대회의실 1실, 중소회의실 14실이 전부여서 사실상 한곳에서 정상·관료·경제인 회의를 함께 치를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이 지난 21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2025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선정과 관련해 인천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4.6.21 /인천시 제공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이 지난 21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2025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선정과 관련해 인천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4.6.21 /인천시 제공

정상·수행원 등을 수용할 주요 숙박시설도 인천이 경주에 앞서고 있습니다. 인천은 4·5성급 호텔 10여 개에 정상 경호에 적합한 ‘프레지덴셜 스위트룸’만 43개가 있습니다. 경주는 프레지덴셜 스위트룸등 호텔 2곳 내 2개가 전부라 기존 연수시설 등을 활용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인천은 ‘회원국 간 경제 협력 증대’라는 APEC 정상회의 취지를 따져봤을 때도, 바이오·반도체산업 클러스터가 조성돼 있는 등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이번 선정 결과는 인천 시민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잘못된 평가 입니다. 이대로 경주의 승리로 끝나게 될지, 아니면 뒤늦게라도 잘못된 평가가 바로잡힐 지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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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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