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PEC' 유치 실패, 아쉽지만 기회는 또 있다

입력 2024-06-23 19:51 수정 2024-06-23 19:57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6-24 19면

유정복인천시장 2025 APEC 정상회의 관련 입장 발표2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 21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2025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선정과 관련해 인천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인천시청제공

 

인천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유치는 실패로 끝났다.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선정위원회는 지난 20일 경주시를 개최도시로 정하는 내용의 건의안을 의결해 정부의 준비위원회로 넘겼다. 돌발변수가 없는 한 경주시가 내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이 회의의 개최도시로 최종 결정된다. 인천은 2022년 12월 범시민유치위를 출범시키고, 110만명에 이르는 시민들로부터 서명을 받는 등 회의 유치에 공을 들였으나 경주·제주와의 3파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일각에선 개최도시 선정 과정에 지역균형발전론이 영향을 미치고, 늘 지적돼온 중앙 정치력의 결여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찌감치 제기됐었다. 하지만 인천시나 유치위는 다른 도시들보다 우위에 있는 관련 인프라와 경제협력 증진이라는 회의 취지에 기대를 걸었던 것이 사실이다.

실패의 충격과 아픔이 너무 컸던 탓일까. 개최도시 선정 발표 이후 인천은 분노를 직접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선정 다음 날인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마치 수능 만점자를 탈락시킨 것과 같은 참 나쁜 결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외교부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유 시장은 경주시가 개최도시 공모·평가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평가의 객관성이 결여됐다고도 주장했다. 유 시장은 잘못된 결정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곧 외교부 장관을 만나 신중하고 현명한 결정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년 만에 유치 재도전에 나섰으나 역시 고배를 마신 제주자치도의 오영훈 지사가 "매우 아쉬운 결과"라면서도 제주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데 자양분이 될 것이라며 승복의 뜻을 나타낸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선정 결과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천의 심정은 이해된다. 지난 1년 반 동안 회의 유치에 쏟은 노력과 정성이 간단치 않았다. 인천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놓친 셈이어서 아쉬움이 더욱 클 것이다. 외교부는 인천시에서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만큼 경주시를 APEC 개최도시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인천시 또한 계속해서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인천의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미 있는 국제행사는 앞으로도 잇따를 것이고, 그때마다 인천에겐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그런 내일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아픈 결과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맞다. 인천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미래를 위한 바람직한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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