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옆집 지붕 붕괴될판… 인천 시민들 "장마철이 두렵다"

입력 2024-06-26 19:36 수정 2024-06-26 19:43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6-27 6면

빈집 문제 골치 앓는 주민들


미추홀 숭의2동 절반은 '빈집'
배수구 역류 누전·화재 등 위험
철거후 토지 세금에 정비 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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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빈집의 지붕이 붕괴된 채 수년째 방치되어 있다. 2024.6.25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매년 장마철이 되면 10년 넘게 사람이 살지 않는 옆집의 지붕이나 담장이 부서져 우리 집으로 쏟아져요."

지난 25일 인천 미추홀구 숭의2동 주택가. 25년 동안 이곳에 산다는 이가영(80)씨는 오랫동안 비어 있는 옆집 때문에 여름마다 골머리를 앓는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지난해 비가 많이 온 날에 옆집의 부서진 지붕 조각이 우리 집 마당으로 떨어졌다"며 "배수구가 막힌 탓인지 비가 오면 옆집에 물이 차오르는데 행여나 누전이 생겨 불이라도 날까 무섭다"고 했다.



주민들은 이 동네 주택 절반 이상은 사람이 살지 않는다고 했다. 빈집들은 방충망이 뜯어져 나갔거나, 지붕이 무너져 기왓장이 좁은 골목길로 쏟아져 내리기도 했다.

빈집 벽면은 금이 가거나 부서져 있었고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동네 주민 양모(75)씨는 "누군가가 빈집 앞에 쓰레기를 가져다 놔 벌레가 드글드글하다"며 "차라리 내가 빈집을 치울 수 있으면 좋겠는데 남의 집이라서 손도 대지 못해 답답하다"고 푸념했다.

 

본격적인 장마철 앞두고 무너져 있는 빈집
25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빈집의 지붕이 붕괴된채 수년째 방치되어있다. 2024.6.25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시는 붕괴나 화재 등 안전사고 위협이 큰 빈집을 정비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인천에 있는 빈집 3천945가구 중 1천133가구(강화·옹진군 제외)에 대해 철거·개량·안전 조치가 진행됐다.

빈집을 관리하는 군·구청 담당 공무원들은 빈집 소유자 동의를 받지 못해 방치되고 있는 2천여 채를 정비할 뾰족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소유자가 허락하지 않으면 지자체가 강제로 빈집을 철거하거나 보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추홀구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과거에는 빈집을 자진 철거하거나 정비사업에 우호적인 소유자가 많아 1년에 몇백 채의 빈집을 정비하기도 했다"며 "지역에 남은 470여 채의 빈집은 소유자들이 정비를 거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소유자들은 재개발 등으로 더 많은 보상을 받으려고 빈집 철거를 꺼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빈집에 대한 주택세보다 빈집을 철거한 뒤 남은 토지에 부과되는 세금 부담이 더 높은 것도 빈집 정비를 주저하는 이유로 꼽힌다.

인천시 주거정비과 관계자는 "관련 법에 따라 지자체가 5년마다 수립해야 하는 '빈집정비계획'을 마련하고 있다"며 "'빈집세'를 도입하거나 빈집을 철거한 소유자에게 토지세를 감면해주는 등의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려고 검토하는 중"이라고 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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