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리튬공장 화재

[화성 리튬공장 화재] "같이 밥먹던 이들""남일 같지 않아" 잇단 애도 물결

입력 2024-06-26 20:21 수정 2024-06-26 20:27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6-27 2면

참사 3일째, 현장 인근 추모 분위기
"사고 이후로 안전에 더 신경 쓰여"
논의된 합동분향소는 아직 대기중


경기도청 분향소 (4)
26일 오후 경기도청 로비에 마련된 화성 일차전지 공장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추모객이 헌화 후 사망자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2024.6.26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지난 24일 화성 리튬공장 화재 참사가 벌어진 지 꼬박 48시간이 지났다. 불은 꺼지고 시신도 수습돼 현장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분위기지만, 이곳 일대 시민들의 마음은 쉽게 정리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화성 남양읍에 사는 택시 운전기사 윤재노(61)씨는 26일 인근에 손님을 내려주고 잠시 참사 현장을 들렀다. 윤씨는 사망자 중 대부분이 이주노동자였던 점을 언급하며 특히 더 안타까워했다.

윤씨는 "나는 화성 토박이지만 지난 10년 사이에 돈 벌러 온 외국인들이 화성에 참 많아졌다"며 "우리도 예전에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서 돈을 벌었듯이 이 사람들도 어렵게 타국 생활을 했을텐데 참혹하다"고 심경을 내비쳤다.



공장 인근 식당에는 이번 참사의 사망자들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았다. 1년 넘게 아리셀 공장 직원들이 점심을 먹었던 민지가족식당 사장 강선임(75·여)씨는 "사고가 났던 날 청심환을 2알이나 먹었다"며 "50~60명 가까이 되는 직원들이 다 아들·딸 같았는데 마음이 좋지 않다"고 애도를 표했다.

인근 공장에서 근무하는 정상현(42)씨도 "매일 같이 밥 먹던 사람들인데 사람 일은 내일을 모르는 것 같다"며 "위험 물질을 다루는 공장에서 일하는 건 아니지만, 그날 이후로 안전에 좀 더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화성 서신면과 인근 송산면 등 곳곳에는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교통안내 표시 전광판에도 희생자를 추모하는 문구를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이번 참사를 애도하고 추모하는 물결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재로선 정식 합동분향소 설치도 요원한 상황이다. 사망자 중 20명의 신원조차 확인되지 않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시신 전체에 대한 부검을 아직 진행 중이다. 화성시는 당초 합동분향소로 논의된 동탄역과 병점역, 서신면 다목적체육관 등에 공간만 확보한 채 대기 중인 상태다.

이날 체육관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린 임모(52·여)씨는 "자녀와 함께 분향소가 마련되면 다시 와야겠다"며 "동네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그런 큰일이 벌어진 게 충격적"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날 오전 경기도청 1층에도 임시 추모공간이 마련됐다. 이곳을 찾는 건 청사 내부 직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저녁 시간이 되자 차츰 외부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퇴근길에 잠시 들렀다는 안산시민 고기재(45)씨는 희생자들에게 꽃을 헌화하고 잠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고씨는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고 항상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보니 남일 같지가 않다"며 "안전 훈련이 잘 돼있었다면 희생자가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씁쓸함을 남겼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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