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자치권 회복, 지자체 중심 테이블 확대를"

입력 2024-06-27 20:39 수정 2024-06-27 20:48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6-28 3면

[자물쇠 걸린 땅 '도시 개발 자치권'·(下)] 시민 힘으로 되찾아야


구로차량기지 이전 반대운동 등
민의 모으는 움직임 꾸준히 존재
"국가중심 개발 대신 '민의' 청취"

경기도 위성도시들이 국가 주도의 개발에 시달려온 것은 어쩔 수 없는 과거다.

하지만 경기도 지자체와 시민들의 지방자치 정신이 성숙해짐에 따라 이제 도시개발의 자치권을 보장받아야 하는 것 또한 국가가 인정해야 하는 '시대적 흐름'이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자치권을 빼앗긴 공간에 대해 해당 지자체를 중심으로, 민주적인 토론과 열린 협의가 가능한 협상 테이블이 확대돼야 한다는 게 시민들과 경기도 지자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시민들 스스로 되찾는 '도시개발 자치권', 시민 사회 움직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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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광명 밤일마을에서 만난 박철희 구로차량기지이전백지화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 2024.6.18/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도시개발 자치권을 되찾기 위해 시민들 스스로 민의를 모으는 움직임은 경기도 내 곳곳에서 꾸준히 있어왔다. 광명 밤일마을에서 주도했던 '구로차량기지 이전 반대운동'이 대표적이다.



박철희 구로차량기지이전백지화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위원장은 밤일마을에서 나고 자란 광명토박이다.

그가 어린시절부터 지켜봐 온 광명은 지리적인 특성으로 인해 서울에서 소화하기 힘든 각종 혐오시설이 떠밀려오는 경우를 종종 접했다.

박 위원장은 차량기지가 들어서면 도덕산의 허리가 끊길 것을 우려했다.

도덕산은 하안동, 철산동, 광명동을 가로지르는 광명의 주요한 생태 통로다. 그는 바로 행동에 나섰다. 주민총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했고 박 위원장과 마을 주민 4명이 주축이 돼 국토교통부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분석했다.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시민들의 입장을 모은 의견서를 국토부, 기재부, KDI 등에 수차례 전달했다.

이 같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커지자 광명시도 나서기 시작했다. 광명시도 2019년 5월 시민과 힘을 합해 차량기지 이전을 막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해 12월 광명시가 함께하는 민관정 공대위로 전환됐고 집회와 현수막을 비롯해 시민들의 손편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지 이전 반대의 목소리를 표현했다.

그 결과 2020년 9월, 정부는 구로차량기지 이전 타당성 재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고 지난해 5월 최종적으로 차량기지 이전은 백지화됐다.

■ 개발 자치권 보장 위해 '지방자치단체' 중심 협의 테이블 확대돼야


이미 개발 자치권 보장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사례들이 있다. 서울 용산구가 양주시 백석읍에 방치 중인 옛 용산구민 휴양소를 치매안심마을로 조성하려던 계획을 두고 시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양주시와 시의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용산구에 반대의사를 전달, 사업이 결국 철회됐다.

이후 양주시와 용산구는 '두 자치단체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는 안'을 도출하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광명 보람채 아파트 역시 마찬가지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시민들이 아파트로 개발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시민 의견을 담은 편지를 쓰고, 기재부가 주관하는 국유재산정책심의회까지 찾아가 설득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 결과 현재는 기재부와 원활하게 보람채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박 시장은 "k청년혁신타운 복합공간 조성 등 시민들 의견과 보람채의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광명시 주도의 계획들로 협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관행처럼 이어졌던 국가 중심의 개발행정이 아닌, 시민과 지역의 목소리를 듣는 '사전협상'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큐알 도시개발자치 3번
기사 전문 온라인
허훈 대진대 행정정보학과 교수는 "시민의식의 성장으로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나서 공공갈등을 해결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는 추세"라며 "시민이 사적이익이 아니라 공공성을 위해 행정을 주도한 여러 사례들이 쌓이고 있다. 시민의 제안도 공공성을 가지고 있다고 인식이 바뀐 것이다. 단순히 시민이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제안하고, 시민의 힘으로 이뤄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지영·김성주·이시은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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