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의 확대 가능성 보여준 ‘화랑미술제 in 수원’...지역의 컬렉터 개발 과제도

입력 2024-06-29 10:00 수정 2024-06-29 12:17

한국화랑협회 95개 회원 화랑, 600여 명 작가 선보이는 대규모 아트페어

경기도 수원에서 처음 펼쳐져..지역 미술 유통시장의 확대 가능성 보여줘

예술에 비용을 지불하고 가치 소유하는 즐거움...컬렉터 개발에 대한 숙제 남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화랑미술제 in 수원’의 전시장 모습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화랑미술제 in 수원’의 전시장 모습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경기지역의 예술에 대한 수요는 어느 정도일까. ‘화랑미술제 in 수원’이 수원컨벤션센터에서 27일 오프닝데이를 시작으로 30일까지 나흘간의 대규모 아트페어를 선보인다. 서울에서 진행됐던 아트페어와 비교해도 작품의 수준이 좋은데다, 95개의 갤러리 600여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규모인 만큼 미술 유통시장을 확장시키기 위해 공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미술 관계자들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이 정도 규모의 아트페어가 지역에서 열린 것 자체가 반가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서울에 비해 미술시장을 경험할 기회가 적은 경기도민들에게는 ‘어떤 작품들을 볼 수 있을까’ ‘마음에 드는 작품을 사려면 어떻게 해야할까’라는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란 평가다. 실제 가족, 친구와 연인 등 젊은이들은 물론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까지 폭 넒은 관람객층이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전시장을 둘러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프닝데이에서는 이우환, 김창열, 박서보 등 고가의 단색화 작품들이 관람객의 눈길을 끈 가운데, 지난 4월 코엑스에서 진행된 화랑미술제에서도 판매고를 올린 갤러리가이아의 김명진, 갤러리 우 한충석, 갤러리위 고스, 선화랑 이영지, 오션갤러리 제니박, 키다리 갤러리 최형길의 작품이 첫날부터 인기리에 팔렸다.

갤러리 미루나무의 최성환, 갤러리 미즈의 제이영, 갤러리 자리아트의 이유미 등 중견작가부터 갤러리밈의 만욱, 나갤러리의 이혜인, 리서울갤러리의 김자혜, 원앤제이 갤러리의 송수민 등 신진작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가진 작가들의 작품도 판매됐다.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화랑미술제 in 수원’의 전시장 모습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화랑미술제 in 수원’의 전시장 모습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참여한 갤러리들 고유의 색깔을 보여주는 각각의 작품들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최근에는 자신의 공간에 뒀을 때 기분이 좋아지고 분위기를 밝힐 수 있는 작품들을 선호하다보니 차분하면서도 밝고 평온한 느낌을 주거나 귀엽고 톡톡 튀는 개성을 지닌 작품들도 상당했다. 관람객들은 투자의 개념을 갖고 인지도 높은 작가들의 작품을 눈여겨보기도 하지만, 자신의 취향을 저격하는 작품 앞에서도 발걸음을 멈추고 유심히 살펴봤다. 갤러리 관계자들은 “결국엔 나의 마음이 이끌리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번 행사는 1979년부터 진행해 온 국내 최장수 아트페어가 수원에서 선보인 신규 프로젝트로 지역의 문화경제 발전과 더불어 새로운 미술 유통시장을 형성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의미있는 시도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면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작품을 사기 위해 선뜻 내 지갑을 열 수 있는, 즉 예술작품을 소유하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이고 문화적 가치를 실현하는 일인가에 대한 자각을 일깨워주는 시도를 같이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화랑미술제 in 수원’에 마련된 ‘오타쿠 바자르’ 부스의 모습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화랑미술제 in 수원’에 마련된 ‘오타쿠 바자르’ 부스의 모습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이는 이번 화랑미술제에 경기문화재단의 아트경기가 함께 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지역 예술가의 작품이 많은 이들에게 보여지고 거래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에 상업성을 띤 아트페어와 비영리 공공기관의 협력은 또 다른 의미에서 중요성을 가진다. 김월식 무늬만뮤지엄 관장이 아트경기와 함께 기획한 ‘오타쿠 바자르’ 섹션에서 머물던 한 관람객은 눈에 들어온 작품을 두고 설명을 듣더니 곧바로 작품을 사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역 예술가의 작품을 소장하는 컬렉터를 만드는 동시에 예술가와 컬렉터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낸 셈이다.

김종길 미술평론가는 “작가가 전시를 만드는 것은 쉬우나 컬렉터 층을 개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가 예술에 비용을 지불하면서 이 가치를 소유하고 즐기는 것을 행복이라고 느끼는 게 컬렉터의 출발점”이라며 “이번 아트페어가 단순한 전시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컬렉터 층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화랑미술제 in 수원’의 전시장 모습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화랑미술제 in 수원’의 전시장 모습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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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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