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MMCA 기증작품전: 1960~1970년대 구상회화'

입력 2024-07-01 19:03 수정 2024-07-01 19:18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7-02 15면

그림에 스민 민족정서… '구상회화' 다시보다 


한국 화단의 형성과 자양분 된 시기
독자적 화풍·사실주의 작품 등 150점
일상·생활감정 더해 아름다움 표현

국립현대미술관 'MMCA 기증작품전: 1960-1970년대 구상회화'
국립현대미술관 'MMCA 기증작품전: 1960~1970년대 구상회화' 전시 모습.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1만1천여 점 가운데 기증작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55.6%(2023년 12월 기준)이다. 많이 언급된 내용이지만, 미술관의 한정된 예산으로는 희소가치 높은 작품이나 고가의 해외 작품은 구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기증은 미술관 소장품의 양과 질을 풍부하게 만들어 학술적인 부분은 물론 관람객들에게도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국립현대미술관 'MMCA 기증작품전: 1960-1970년대 구상회화'
국립현대미술관 'MMCA 기증작품전: 1960~1970년대 구상회화' 전시 모습.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지난 2021년 이건희컬렉션의 기증은 이러한 문화를 활성화한 계기가 됐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이건희컬렉션 기증 이후 개인 소장가와 작가, 유족의 기증 사례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리고 있는 'MMCA 기증작품전: 1960~1970년대 구상회화'는 최근 5년간의 기증작품들 가운데 한국 화단의 형성과 성장에 자양분이 된 1960~1970년대 구상회화를 재조명, 그 의미와 가치를 함께 보여준다.

1960년대 이후 추상화는 한국 화단에서 각광받으며 대세가 됐다. 반면 구시대의 미술로 여겨지며 상상력이나 개성이 부족한 미술이라는 부정적 인상이 더해진 구상회화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키워온 작가들은 그들만의 개성을 담아 인물·풍경·사물·사건을 묘사했다. 이들은 우리 주변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것들, 즉 일상과 생활 감정을 더해 그 안의 아름다움을 표현해내는 예술로 한국 회화의 바탕을 다졌다.

도상봉 '국화'
국립현대미술관 'MMCA 기증작품전: 1960~1970년대 구상회화' 전시 모습.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150여점의 작품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1세대 유화작가들을 중심으로 근대 서양화 양식의 사실주의 작품을 소개한 1부 '한국 구상미술의 토양', 변화하는 미술 조류에 감응해 구상과 비구상의 완충지대에서 내면의 이미지를 독자적으로 표출한 작가들을 모은 2부 '새로운 의미의 구상'으로 나뉘었다.

자연주의 화풍을 바탕으로 주변의 인물과 온실의 식물, 사찰 주변의 풍경 등을 날카롭게 관찰하고 그린 이병규 작가의 작품은 초록이 만들어낸 다양한 색채와 미묘하게 변하고 어우러진 빛들이 펼쳐져 있다. 수채화 같은 얇은 붓질에 빛을 머금은 초록, 보색의 사용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은 섬세하고 아름답다.

사실주의적 화풍을 바탕으로 풍경과 정물을 주로 화면에 담아낸 도상봉 작가의 작품은 온화하고 평온하다. 잔잔한 붓질로 입힌 색, 놓여진 정물들 위로 입혀진 안정감과 깊이감이 캔버스 가득 메워져 있다.

야수주의와 표현주의를 바탕으로 대담한 요약과 강렬한 색채의 독자적 화풍을 만든 윤중식의 작품은 자유롭게 써낸 색과 특유의 정감있고 따듯한 감성이 인상적이었다. 작가는 비둘기와 거위, 오리 등을 작품의 소재로 잡아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향토적 분위기를 자아냈고, 노란색과 주홍색 위주의 색을 쓰며 독특하고 감각적인 장면을 보여준다.

'소의 작가'라고 불릴 정도로 소를 즐겨 그렸던 황유엽 작가. 민족을 상징하는 동물을 친근하면서도 강인한 모습으로 표현했다. 전반적으로 강렬하고 어두운 색채와 거친 붓터치, 검은 윤곽선이 보여지지만 그리운 고향에 대한 이미지가 아련히 새겨져 있다.

이병규 '자화상'
이병규 作 '자화상'.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이번 전시는 박수근, 장욱진을 포함해 김영덕, 김태, 박돈, 김춘식, 최영림 등 작가 33명의 작품을 만날 수 있으며, 기증 후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품이 대부분이다.

전통을 바탕으로 민족적 정서가 어우러지며 작가 개개인의 작품세계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이번 전시는 그 시대의 한국 구상회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는 9월 22일까지.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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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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