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석·천경자 등 여러 감정 담담히 수렴
■ 나는 사랑을 걱정하지 않는다┃강태운 지음. 책고래 펴냄. 280쪽. 1만8천원
신간 '나는 사랑을 걱정하지 않는다'에서는 그림이 건네는 환대, 즉 예술 작품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사유의 시간을 아름답게 파헤친다. 저자 강태운은 나혜석, 천경자, 김환기, 장욱진을 비롯해 프리다 칼로, 폴 고갱, 마크 로스코 등 국내외 미술 작품을 대면하고서 찾아온 여러 감정을 담담히 써내려 간다.
'화삼독(畵三讀)'은 저자가 역설하는 그만의 그림 독법이다. 그림을 읽고, 작가와 그 시대를 읽고, 마침내 나를 읽는 다층적인 과정이다. 그러다 보면 마침내 그림이 보여주는 환대를 알아차리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림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 그림은 내가 의심하고 적대할 때도 환대를 멈추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림은 당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 아니라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고 전한다.
거장들의 작품을 찬찬히 되돌아보는 작업은 이내 자기 자신으로 수렴한다. 나혜석의 '자화상(1928년 추정)'을 마주한 뒤 저자는 "나혜석과의 만남은 속내를 털어놓고 속 시원히 떠나려던 나를 돌아서게 한다… 미래를 아는 사람은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미래는 지나온 길에서 찾을 수 있는 정직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짚는다. 어쩌면 그림을 본다는 건 나를 알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