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세 이전' 선박 대거 중국배치
입출항 감소로 관련산업 매출 타격
베트남·중동 해상 운임도 급상승
남항 컨 물동량 1년새 7.1%나 줄어
미·중 관세전쟁으로 인천 항만업계가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인천항에 입출항하는 선박이 감소하면서 항만 관련 산업 매출이 감소했고, 인천지역 주요 수출국인 동남아시아로 가는 해상 운임이 인상돼 화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7일 인천 항만업계에 따르면 인천항 줄잡이 업체 A사는 지난해 6월 45척의 배를 작업했지만, 올해 6월에는 30척을 작업하는 데 그쳤다. 항만에 배가 안정적으로 접안하려면 선박을 부두의 구조물에 로프로 고정해야 하는데, 이를 담당하는 사람을 줄잡이라고 부른다. 부두에 정박한 선박에서 화물을 하역하려면 반드시 줄잡이 작업을 해야 한다. 줄잡이 업체의 업무량이 줄었다는 것은 입항 선박이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천 항만업계는 내달부터 미국이 중국산 철강과 태양광 셀 등에 관세를 높게 부과하기로 하면서 인천항에 입항하는 선박이 더욱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가 높아지기 전에 중국산 화물을 미국으로 보내려는 선사가 많아지면서 인천항에 입항해야 할 선박이 중국으로 대거 배치되고 있는 것이다.
인천항에 입항하는 배가 줄어들면서 입항 선박의 행정 업무를 대행하는 선박 대리점도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인천 한 선박 대리점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지역이나 우리나라에 와야 할 선박이 중국으로 향하면서 인트라아시아(아시아 역내)를 운항하는 컨테이너선 업무를 맡는 선박 대리점 매출이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앞으로 더 많은 선박이 중국 항만으로 갈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항만 업계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지난달 인천 남항 컨테이너 터미널 물동량은 5만8천242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분)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7.1%나 줄었다. 선박이 줄어들고, 선박 내에 화물을 적재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화물을 수출하는 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해외로 가야 할 화물은 많은데 실을 공간이 부족한 탓에, 인천지역 주요 수출국 중 하나인 베트남과 중고 자동차가 가장 많이 수출되는 중동지역 해상 운임이 급격히 상승했다.
인천 한 포워딩 업체 관계자는 "베트남으로 가는 컨테이너는 1FEU(1FEU는 40피트 컨테이너 1대분)당 300~400달러에서 600달러 이상으로 높아졌고, 중동으로 가는 컨테이너도 두 배 이상 올랐다"며 "가격이 비싸더라도 선박을 예약해달라는 화주가 많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 항만업계 관계자는 "내달까지는 중국 항만으로 배치되는 선박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과 중국 간 경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미·중 관세분쟁… 피해의 중심에 선 인천항
입력 2024-07-07 18:58
수정 2024-12-07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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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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