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급증하는 가계대출, 영끌 투자 재현될까 불안하다

입력 2024-07-08 20:23 수정 2024-07-08 20:37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7-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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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앞에 주택담보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하반기 금리가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 부동산·주식을 사들이는 레버리지(차입) 투자 열풍이 약 3년 만에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이달 들어 단 나흘 만에 2조원 넘게 불었고, 국내외 주식 투자를 위해 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 대출)을 열거나 증권사로부터 신용융자를 받는 경우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2024.7.7 /연합뉴스
 

7월 들어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불과 나흘 만에 2조원 넘게 급증했다. 지난 4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총 710조7천558억원으로 6월 말(708조5천723억원)보다 2조1천835억원이나 늘었다. 이미 6월 한달새 5조3천415억원이 늘어 2021년 7월 이후 2년11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하반기 금리인하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타고 부동산 영끌 투자가 재현될 위험신호가 켜진 것이다.

가계대출을 종류별로 들여다보면, 최근 주택 거래 회복 영향으로 수요가 커진 주택담보대출이 552조1천526억원에서 552조9천913억원으로 8천387억원이 늘었다. 특히 지난달 2천143억원(102조9천924억원→102조7천781억원) 감소해 다소 주춤했던 신용대출도 이달 들어 나흘 만에 1조879억원(102조7천781억원→103조8천660억원)이 증가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1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6월 24일 기준) 보다 상승 폭이 확대(0.07→0.10%) 됐다.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로 매수심리가 회복돼 과천시 부림·별양동과 인천시 중구 운서·항동 등을 위주로 상승 거래가 이뤄졌다. 여기에 게임업체 '시프트업'의 일반투자자 대상 상장 공모 청약도 신용대출 증가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공모주 청약에 자그마치 18조5천500억720만원의 증거금이 몰렸다.



이와 함께 최근 국내외 증시 활황도 빚투를 자극하고 있다. 월평균 신용융자 잔고(유가증권시장+코스닥)가 이달 들어 나흘 동안 20조234억원 불어난 점도 예사롭지 않다. 신용융자는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증권사에서 신용대출을 받는 것으로, 이 잔고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빚투를 많이 하고 갚지 못한 대출도 쌓여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신생아 특례대출 조건에서 부부 합산소득을 작년 7천만원에서 올해는 1억3천만원으로, 내년에는 2억5천만원으로 대폭 완화했다. 또 최근에는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을 돌연 9월로 두 달 연기했다. 은행에는 대출 관리를 압박하고, 정작 정부는 대출을 풀어주니 납득하기 어렵다. 앞뒤 안 맞는 정책은 혼란과 부작용만 반복할 뿐이다. 당국은 복합적인 요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맞춤형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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