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프랑스 조기 총선 마크롱 반쪽 승리… 도발의 국정 [유혜연 기자의 지금, 여기 파리]
올림픽 2주 앞두고 국정 혼란 가중
극우 과반 막았으나… 좌파연합 1위
앞서 열린 EU 의회 선거서는 우파 勝
사임 표한 아탈 총리… 미소 짓는 멜랑숑·르펜
2024 파리 올림픽을 2주가량 앞두고 마무리된 프랑스 조기 총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반쪽짜리 승리’를 거뒀다. 극우 정당의 다수석 확보는 저지했지만, 새 총리를 좌파연합 소속 인물로 임명해야 할 상황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여전히 “극좌와는 함께 할 수 없다”고 고수하는 마크롱 대통령의 입장도 위태롭다.
9일 프랑스인 마리안느 드브레씨는 경인일보에 “마린 르펜(프랑스 극우 정치인)이 자신의 정당(RN)을 악마화하려는 시도를 저지하고자 하는 전략이 어느 정도 통하면서 의석을 많이 차지했다”며 “그래도 극우 정당이 과반을 넘는 건 현실이 되지 않아 일단은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현지 상황을 설명했다.
최근 치러진 프랑스의 조기 총선은 좌파 진영의 승리로 끝났다. 최종 투표 결과 전체 의석 577석 중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이 182석,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르네상스(RE) 등 범여권이 168석, 극우 국민연합(RN)과 연대 세력이 143석을 각각 확보했다. 극우 RN이 의석수 1위를 기록할 거란 예상을 뒤엎고, 좌파연합 NFP가 전체 의석 중 과석을 차지한 것이다.
극우 세력이 프랑스 의회를 휩쓰는 상황은 면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국정운영 주도권을 좌파 진영에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프랑스는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한 국가로, 대통령이 국방과 외교를 주로 담당하고 총리는 시민들의 일상과 맞닿은 민생을 챙긴다. 통상 총리는 의회 다수당에서 추천하는 관례가 있다. 이번 총선 결과만으로 따진다면 의회 내 1당을 차지한 좌파연합 NFP의 인물이 차기 총리로 유력하다.
그렇다면 임기가 3년이나 남은 마크롱 대통령이 조기 총선이라는 무리한 승부수를 던진 이유는 무엇일까. 취임 초기 60%대였던 지지율이 현재 절반으로 떨어지는 등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위태롭다는 점을 마크롱 대통령과 RE가 모를 리 없다.
실마리는 프랑스 조기 총선에 앞서 마무리된 유럽연합(EU) 의회 선거에 있다. 지난달 6일부터 9일까지 진행된 해당 선거는 우파 진영이 휩쓸었다. 유럽 의회의 보수성향 정당 유럽국민당(EPP)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데다, 특히 프랑스에 할당된 81석의 EU 의석 중 마린 르펜이 이끄는 RN이 30석을 가져갔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의 RE는 겨우 13석을 얻었다. 차기 2027년 프랑스 대선을 RN이 주도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생긴 이유다.
100년 만에 파리에서 열리는 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조기 총선 여파로 앞으로 남은 2주가량 동안 국정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가브리엘 아탈 현 총리는 총선 결과가 나온 직후 마크롱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엘리제 대통령궁은 “국가의 안정을 위해 당분간 총리직을 유지해 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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