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실 조리로봇 도입 '기대 반, 우려 반'

입력 2024-07-09 19:47 수정 2024-07-09 20:08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7-10 8면

인천시 조리실무사 폐암 우려·확진 현황

기름 요리때 발암물질 노출 가능성
환기설비 개선 없이 효과 미미 지적
인천교육청 "9~10월 시범학교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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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교육청이 급식종사자들의 건강을 위해 조리 로봇을 도입하지만 환기 설비 개선 없이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우려가 있다. 사진은 인천내 한 조리실 종사자 모습. /경인일보DB

인천지역 학교 급식조리실 종사자들의 폐 질환이 잇따르자 인천시교육청이 일명 '조리 로봇'을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면적인 환기설비 개선 없인 조리 로봇의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시교육청은 최근 제1회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학교급식 조리 로봇 설치 및 운영' 사업비 6억700만원을 확보했다. 이달(7월)부터 조리 로봇 설치 업체와 시범 운영학교 선정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학교 급식조리실은 내부가 고온다습하고, 기름 요리 시 발생하는 발암 물질 '조리 흄(Fume)'에 노출되기 쉽다. 이는 폐암 등 조리실무사들의 질병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인천시교육청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차 이상, 만 55세 이상 조리실무사의 건강 검진을 지원한 결과, 6명이 폐암 확진을 받았다.

폐암이 우려되는 조리실무사도 22명이나 된다.

올해는 검진 대상이 모든 조리실무사로 확대됐는데, 대부분 여름방학 기간(8월)에 검진 일정을 잡아 폐암 확진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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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교육청은 '급식조리실 업무환경 개선 중장기 종합계획' 일환으로 조리 로봇 도입을 추진한다. 조리 로봇이 튀김·볶음 등 기름 요리를 대신함으로써 조리실무사의 조리 흄 노출을 막고, 업무 부담도 덜어주려는 취지다. 이번에 선정된 시범 운영학교에는 조리 로봇 2대가 설치될 예정이다.

이 같은 소식에 조리실무사들은 노후 환기설비 교체 등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해 6월 "인천 500여 개 학교의 모든 환기시설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재까지 공사를 완료한 학교는 3곳뿐이다. 조리실무사들은 로봇이 차지하는 공간 때문에 동선에 제약이 따라 되레 일하기 불편해질 수 있고, 로봇 오작동 시 안전 문제도 우려한다.

인천 한 중학교 조리실무사는 "조리 흄은 음식을 튀기거나 볶을 때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급식조리실에 가득한 물질"이라며 "환기가 제대로 안 되면 결국 조리실무사들이 발암 물질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무게가 많이 나가는 조리 로봇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일을 조리실무사들이 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 경감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조리 로봇을 이미 도입한 다른 시도 사례를 확인한 결과, 조리실무사 업무 경감 부분에서 만족도가 높았다는 설명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전국 최초로 중학교 1곳에 조리 로봇 4대를 도입했고, 올해 추경에서 조리 로봇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했다. 경북도교육청은 올해 2학기부터 고등학교 2곳에서 조리 로봇을 운영한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올 9~10월이 되면 조리 로봇이 시범 학교에서 운영될 예정"이라며 "효과를 살피겠다"고 말했다. 급식조리실 환기설비 개선에 대해서는 "학교 측과 협의 등 문제로 이번 여름방학에는 일단 3개 학교만 공사가 예정돼 있다"며 "겨울방학부터는 더 많은 학교의 환기설비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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