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의 순간, 시작되는 배회·(上)]
'떠도는 시신' 가장 많은 경기도
2022년 2만6천여명 관내 수용 못해
시설 입지도 쏠려 있어 '지역 편차'
관외 이용땐 100만원 가까이 차이
건립 논의 무산… '원정 화장' 불편
9일 오전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묘지 승화원에 유족 버스와 운구차량이 줄지어 서있다. 2024.7.9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
지역 내 화장장을 찾지 못하고 타 지자체로 배회하는 유족이 전국에서 경기도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화장장이 단 한 곳도 없는 경기동북부 지역에서는 선착순 화장 예약에 성공하기 위해 '클릭 전쟁'이 일반화돼 있는 등 지역 격차마저 심각한 실정이다.
9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경기도는 화장자 수(7만4천여구)가 전국 최다인 동시에, 지역 내에서 화장하지 못한 사망자 수(2만6천여구)도 가장 많았다. 경기도에서 화장을 희망하는 유족 셋 중 하나(36.0%)는 마땅한 화장시설이 없어 타 지자체로 떠돌았다는 뜻이다. → 표 참조
화장로 부족 현상은 수도권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크게 나타났고 그중 경기도에서 가장 정도가 심했다. 당해 화장 통계를 보면 지역별 화장자 수는 경기(7만4천239구), 서울(5만1천622구), 부산(2만6천564구), 경남(2만5천999구) 등 순으로 많았다.
이 수치에서 각 지역별 화장시설 수용량을 초과한 값, 즉 타 지자체로 넘어가 화장한 시신을 집계하면 경기(2만6천719구)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서울(1만7천62구), 부산(1만1천444구), 대구(5천321구)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경기지역 내에서도 화장시설 입지가 쏠려 있어 관내 지역 편차마저 크게 나타나고 있다. 관내 화장시설 4곳은 수원·용인·성남·화성 등 모두 경기남부 지역에 위치한 반면 경기동북부권은 한 곳도 없다.
이는 화장 비용 부담 격차로도 이어진다. 화장시설 이용요금은 관내·외 이용객 구분에 따라 많게는 10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실제 화장시설 4곳을 관내시설로 이용하는 경기남부권 지자체 11곳과, 고양시 소재 서울시승화원이 관내시설로 지정된 2곳(고양·파주)을 제외한 경기북동부 18개 시군 주민들은 고비용을 감수하며 타 지자체 화장시설을 관외 자격으로 이용해야만 하는 처지다.
9일 오후 양주시의 한 장례식장에서 관계자가 화장장 예약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2024.7.9/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
이런 불편으로 인해 경기동북부 지역에서 매번 화장장 건립 논의가 반복됐지만, 여러 갈등과 논란만 낳은 채 번번이 무산돼 왔다. 이런 가운데 사망자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 해당 지역의 '원정 화장' 불편은 가중될 전망이다.
해당 지역 장례식장들은 화장장까지의 거리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상주와 합심, 선착순 예약을 위한 '클릭 전쟁'에 나서고 있는 지경이라고 전했다.
양평군 한 장례식장 관계자는 "겨울철에는 선착순으로 진행되는 예약 대기를 잡기 위해 직원 중 한 명은 꼼짝없이 모니터 앞에 붙어있어야 한다"며 "가족의 장례를 치르느라 정신없는 유족들이 '취소표'를 잡기 위해 핸드폰으로 직접 뛰어들기도 하는데, 코로나 같은 전염병이라도 다시 돌면 대란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산·목은수기자 mountai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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