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경기도 전세피해 3차 토론회] "전세왕 수백억 범죄재산 향유 못하게… 처벌 강화돼야"

입력 2024-07-10 20:19 수정 2024-07-10 20:21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7-11 5면

참여대상 제한 없이 폭넓은 의견

정책실효성 점검후 내달 국회에 전달


박기덕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전세권 등기 의무화, 임대인 보호도 고려
소요비용 지원 또는 저비용 간편 승계를


기승일 공인중개사협 경기남부회 지회장

임차인 상대 설명의무 범위 확대됐지만
기본적 숙지 부족·서류 요구 거부 당해


유봉성 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 회장

신탁사에 돈 빌리면 임대차 계약 '위법'
표준계약서도 이에 맞게 돼 국민 사기

이철빈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세차례 토론 통해 전국 첫 예방책 마련중
정부 거쳐 입법화 결실 노력 경기도에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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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전세피해 예방 및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24.7.9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경인일보 특별취재팀의 '시그널: 속빈 전세들의 경고' 기획보도를 계기로 전국 지자체 중에서 처음 전세피해 '예방' 대책 마련에 나선 경기도가 지난 9일 최종 제도개선안 도출을 앞두고 마지막 토론회를 열었다.

전문가 중심으로 이뤄진 지난 두차례 토론회(5월 10일자 7면 보도="전세사기 수법 고도화 천문학적 규모인데… 범죄수익은닉 처벌 근거는 미비")와 달리 일반 도민, 전세 피해자, 관계기관 담당자 등 참여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아 보다 폭 넓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경기도는 총 3차 토론회에서 제시된 방안들을 가다듬고 추가적인 전문가 조사 등을 통한 정책 실효성 점검까지 거쳐 오는 8월 국회와 정부에 최종 제도개선안을 전달할 계획이다.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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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권 설정의무', '사기처벌 강화', '전세사기 수익환수'

경기도와 경기도전세피해지원센터가 주최한 '전세피해 예방 및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공개토론회'는 입법·행정·사법적 영역을 망라해 제시된 제도개선안에 대한 여러 의견들로 가득찼다. 발제자로 나선 경기연구원 박기덕 연구위원은 지난 1~2차 전문가 토론회에서 나온 방안들의 효과와 한계점을 함께 정리했다.

1차 토론회에서 주로 다뤄진 '전세권 설정 등기 의무화'와 관련해 그는 "임차인의 정보 비대칭, 권리 행사 및 보호를 위한 방안이지만 임대인의 재산권 보호도 고려하기 위해선, 전면 의무화보다는 비교적 전세가율이 높아 피해예방 필요성이 큰 범위에서 한정적으로 시범 운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등기를 위한 소요 비용 지원이나 저비용으로 간편히 승계할 방법도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수십, 수백 건의 천문학적 규모로 사기를 저질러도 1건당 이득액이 5억원 이하면 가중처벌을 못하는 한계점 보완을 위해 2차 토론회에서 제기된 개선안들도 안건으로 올렸다. 박 위원은 "현재 사기죄 법정형인 10년의 최소 기준을 상향하고, 많은 임차인을 상대로 다수 사기를 저지른 피고인의 범죄 건수와 형량 간의 비례성을 확보할 형법 개정에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세사기로 인해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의 경우 몰수는 물론 보존 신청조차 불가한 범죄수익은닉규제법과 부패재산몰수법을 지적한 사항들도 발제됐다.

박 위원은 이와 관련해 "범죄 '수익'이 아닌 '피해재산'은 몰수가 안 된다. 몰수해도 국가에 귀속돼 있어 피해자에게 못 돌려준다"며 "범죄단체 조직을 통한 전세사기임을 입증하지 않는 한 이를 몰수·추징할 특례 적용이 불가한 점도 해결해야 할 부분"으로 꼽았다.

이 밖에도 다주택 임대인들을 제도권 안으로 불러들일 임대사업자 등록 제도가 유명무실한 문제, 전세피해 예방과 정보 비대칭 등을 동시에 해결해 줄 부동산 전자계약제도의 의무화 등의 안건도 이날 토론에 상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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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전세피해 예방 및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24.7.9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 "전세사기 유인 차단… 전자계약 활성화… 신탁사기 방지"

분야를 넘어 다양하게 쏟아져 나온 전세피해 예방 방안들을 둘러싸고 전문가들은 심도있는 지적과 의견을 격의없이 드러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김민규 부연구위원은 "수백억 원에 달하는 전세사기를 쳐도 그 금액을 자신이 평생 향유할 수 없을 거란 확신을 법적 제도를 통해 심어줘야 더 이상 전세 범죄에 대한 유인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처벌 강화와 범죄재산 몰수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선행돼야 전세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공인중개사들을 대표해 참석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경기도남부회 기승일 지회장은 '전세권 설정 등기 의무화' 추진과 아울러 이미 갖춰져 있는 제도들의 활용도 또한 높여 제역할을 하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기 지회장은 "10일부터 임차인 등을 상대로 한 공인중개사의 설명 의무 범위가 확대되는데 추가로 설명해야만 하는 내용들에 대한 임차인들의 기본적 숙지가 부족한 경우가 생각보다 많고, 관련 서류를 중개사가 요구했을 때 거부당할 경우 할 수 있는 게 없는 등 문제의 해결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부동산 전자계약의 경우 시스템이 먹통이 되는 경우가 너무 많고 정작 중요한 정보인 확정일자 부여나 국세·지방세 완납 정보 등이 없어 실효성도 낮다"고 덧붙였다.

아직 제기되지 않았던 '신탁사기'에 대한 문제도 언급됐다. 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 유봉성 회장은 "부동산의 원래 소유자가 신탁회사에 돈을 빌리는 경우 소유권이 신탁사에 넘어가는데, 이 상태에서 임대차 계약이 이뤄지는 것 자체가 사실상 위법이나 마찬가지"라며 "표준계약서도 이에 맞게 돼 있는데 어떻게 보면 이는 나라가 국민에게 사기를 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 개선안 다듬고 '효율성·가능성' 따져 8월 건의

이날 수많은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신해 토론회에 나선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전국대책위원회 이철빈 공동위원장은 "지난 두차례 이어 오늘까지 3차 토론회를 통해 전국 최초 전세피해 예방대책을 마련하려 노력 중인 경기도가 이번 22대 국회와 정부를 거쳐 실제 입법까지 이어지도록 끝까지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경기도는 총 3차에 걸친 토론회에서 제시된 여러 전세피해 예방과 지원을 위한 제도개선안을 가다듬고 보완한 뒤 추가 전문가 조사 과정까지 거쳐 최종 제도개선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토대로 정책연구에 나설 경기연구원은 '델파이 기법(Delphi method)'을 활용한 조사도 진행한다. 델파이 기법이란 전문가의 경험적 지식을 통해 문제 해결은 물론 이와 관련한 미래를 예측하고 미리 검토해 보는 기법이다. 이 조사로 여러 분야 연구기관 전문가에 의한 정책 실효성 분석, 각 방안 시나리오의 장단기 실행 가능성을 고려한 평가 등을 거칠 예정이다.

이날 토론회엔 위에서 언급된 참석자 말고도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문병근·김태형·임창휘 의원, 경인일보 사회부 김준석 기자, 국회 입법조사처 장경석 선임연구원, 국토연구원 윤성진 연구위원 등이 패널로 함께 해 머리를 맞댔다.

경기도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날 3차 공개토론회를 생중계해 온라인으로도 도민들에게 토론 상황을 공유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이후 경기도는 최종 제도 개선안을 국회와 정부에 건의하고, 이후에도 여러 건의안이 실제 이행되도록 관련 중앙부처와 협의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이 같은 제도개선 건의뿐만 아니라 경기도는 수년 간 잇따른 전세사기사건으로 책임성이 고조되는 공인중개사들의 자발적·사회적 협력 유도를 위해 '경기 안전전세 프로젝트'에 나설 계획이다.

경기도 공인중개사들이 스스로 안전한 부동산 중개활동 의지를 확인하고 실천 과제를 마련해 이행하는 '3만 공인중개사 안전전세 길목지킴 운동', 현재 공인중개사협회 내 조직망을 활용해 안전전세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안전전세 관리단 구성 및 운영' 등이 프로젝트의 골자다. 경기도는 이를 위한 발대식을 오는 15일 경기도청에서 개최한다.

/김준석·김산기자 joons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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