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철거위기' GB내 사설 동물보호시설 해법은

입력 2024-07-10 19:21 수정 2024-07-10 19:46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7-11 8면

매년 이행강제금 물을라… "지자체 관리 범위에 들어와야"


대체 부지도 주민들 반대에 난항
2026년까지 신고유예… 절차복잡
전문가 "정식 등록·이전 등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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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인천시 남동구 사설 동물보호시설 '산수의 천사' 유기견 막사에 대형견들이 보호되고 있다. 2024.7.9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인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들어선 사설 동물보호시설들이 철거되거나 이행강제금을 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시설을 운영하는 동물보호단체 등은 옮겨갈 곳을 찾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이전할 부지를 매입했지만 그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심하기 때문이다.

■ 기초단체 시정명령·반대에 이전 부지 찾는 동물보호시설


동물보호단체 '케어'는 인천 계양산 인근 목상동에서 '아크보호소'라는 시설을 운영하며 대형견 90여 마리를 보살피고 있다. 케어는 3년 전부터 시설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그린벨트에 들어선 무허가 시설인 아크보호소에 대해 담당 지자체인 계양구청이 철거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아크보호소 측은 4년 전 계양구 목상동 개 농장에서 도축될 개들을 구출한 뒤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지금의 동물보호시설을 만들었다. 이 시설에 대해 계양구청은 2021년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케어 등은 이듬해 10월께 이 명령이 부당하다며 인천지법에 행정소송을 내 승소했다.

1심 재판부는 그린벨트에서 동물보호시설을 설치한 행위의 위법성은 인정하면서도 계양구청의 결정이 동물보호법 취지에 맞지 않는 과도한 행정명령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은 유실·유기동물, 소유자를 알 수 없는 학대 피해 동물 등을 발견하면 치료·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며 "지자체가 시정명령을 내린다면 이러한 의무와 상충할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 소송의 2심 선고는 11일 나올 예정인데, 케어는 결과와 상관없이 다른 곳으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그린벨트 안에 시설이 있어 관리가 어려운 데다 시설 부지 등을 소유하고 있는 롯데그룹에서 이전을 조건으로 지원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이에 케어는 충남 홍성군의 한 부지를 매입, 이전을 추진했으나 홍성군청이 케어 대표 등을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케어는 관련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이전을 더는 늦출 수 없어 또 다른 대체 부지를 찾고 있다.

김영환 케어 대표는 "홍성군청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우리를 고발했는데, 실상은 동물보호시설이 오는 걸 반대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대체 부지를 찾고 있는데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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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인천시 남동구 사설 동물보호시설 '산수의 천사' 유기견 막사에 대형견들이 보호되고 있다. 2024.7.9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 이전 부지 못 찾으면 매년 이행강제금 낼 판

인천 남동구 사설 동물보호시설 '산수의 천사' 측도 사정은 비슷하다. 유기견과 유기묘 등 70여 마리를 보호하고 있는 곳이다. 비닐하우스 2곳에는 소형견과 고양이가, 마당에는 대형견이 있다. 산수의 천사는 2013년 이곳에 자리를 잡아 10년 넘게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던 지난해 11월 담당 지자체인 남동구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고 철거 위기에 처했다. 보호시설이 위치한 곳은 그린벨트인데, 남동구는 비닐하우스에서 동물을 보호하는 것은 불법 용도 변경이며 야외에 설치된 대형견 보호장도 불법 공작물이라고 판단했다.

산수의 천사를 운영하는 김데니(60)씨는 대체 부지를 찾아봤지만, 매번 냄새와 소음 등을 우려한 인근 주민 반대에 부딪히기 일쑤였다. 그는 결국 이행강제금으로 매년 2천500만원을 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남동구청은 동물보호법 취지를 고려해 이행강제금 부과를 최대한 유예했지만,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남동구가 야외 보호장을 철거하면 이행강제금이 350만원으로 줄어든다고 해서 야외 보호장이라도 철거하려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전국에 140여 개 시설…" 지자체 관리 범위에 들어와야


지난해 4월 시행된 개정 동물보호법에 따라 보호동물이 20마리 이상인 민간(사설) 동물보호시설은 명칭, 주소, 규모 등을 각 지자체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6년까지 신고 유예기간을 뒀는데, 까다로운 등록 절차 등으로 인해 아직 인천에서 신고된 동물보호시설은 없다. 그래서 지자체에서도 사설 동물보호시설 실태 등을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전국에 140여 개 사설 동물보호시설이 들어선 것으로 추산한다"며 "개발제한구역, 농지법 위반 지역 등에 관련 시설이 더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경동 동신대학교 반려동물학과 교수는 "기존 동물보호시설들이 법적 조건을 갖춰 (정식) 시설로 등록하고, 지자체 관리 범위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각 지자체가 시설 이전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변민철·정선아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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