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 Pick
이번엔 '병상 늘리기' 칼질… 지역수요 생각 못했나
[경인 Pick] 정부, 대형병원 분원 제동 논란
수도권 인구↑ '공급 확대' 필요한데
과잉병상 우려·지방의료 붕괴 저지
신설지역 다수 대형병원 없어 모순
300병상 이상땐 복지부 승인 방침
설립 진행중인 곳엔 지장 없을 듯
사진은 경기도 한 병원의 병실 모습. /경인일보DB |
정부가 과잉 병상 우려와 지방의료 붕괴를 막겠다는 이유로, 수도권에서 진행되는 대형 병원들의 분원 설립에 사실상 제동을 걸어 논란이다.
경기·인천 지역의 경우 신도시 등 늘어나는 인구에 따라 의료 수요가 커져 병상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인데,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반발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 표 참조
11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병상이 과잉 상태인 지역에 2027년까지 더 병상을 늘리지 않는 쪽으로 병상수급 계획을 수정·보완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사실상 병상을 더 이상 늘리지 말라는 내용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8월 제3기 병상수급 기본시책을 수립했는데, 지역별 수요·공급 추계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병상을 신·증설하려는 의료기관에 대해 시도지사가 개설 허가를 할 수 없게 했다.
특히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분원 등은 의료기관 개설 시 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방침도 세웠다.
이같은 방침은 경기·인천 지역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경기도내의 경우 서울대병원(시흥), 고려대병원(남양주·과천), 아주대병원(파주·평택), 인하대병원(김포), 경희대병원(하남), 한양대병원(안산)이 2026∼2027년 분원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인천 한 병원의 병실 모습. /경인일보DB |
인천지역에서는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와 서구 청라국제도시 2곳이다.
연세대가 설립하는 송도 세브란스병원은 800병상 규모로 2022년 12월 착공했다. 오는 2026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최근 토목공사를 끝내고 건축공사가 시작된 상태다.
청라국제도시에는 아산사회복지재단이 800병상 규모의 서울아산병원 분원 건립을 위해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 건축허가를 받아 착공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들 병원의 분원 설립으로 2028년 수도권에 6천600개 이상 병상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복지부는 특정 병원들을 타깃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정부의 승인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복지부가 사전 행정절차가 진행된 병원은 (병상 제한에서) 제외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현재 설립이 진행중인 병원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정부가 병상 증설의 속도를 조절한 것은 환자들의 과도한 수도권 집중을 막고, 지역의료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진료를 위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상경하는 사례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경기·인천의 인구가 늘어 수요에 맞는 공급을 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이같은 주장에는 모순이 있다.
특히 대형병원 분원 신설 예정 지역이 대부분 신도시나 기존 대형 병원이 없는 지역임을 고려하면, 이를 강행할 경우 지역민들의 반발이 불가필 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태성·유진주기자 mrki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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