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보수의 심장 대구 경북에서 연설 대결...원·한 ‘색깔론·막말’ 이전투구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이 12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대구ㆍ경북 합동연설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 윤상현, 원희룡, 한동훈 후보. 2024.7.12 /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이 12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대구ㆍ경북 합동연설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 윤상현, 원희룡, 한동훈 후보. 2024.7.12 / 연합뉴스

국민의힘 차기 대표 선거가 후보들의 막말로 이어지며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고, 당 지도부마저 경선 후유증을 우려하고 있다.

경선이 중반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12일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 연설회를 갖고 당협사무실을 찾아다니며 당원 접촉을 늘렸다.

한 후보는 12일 오전 방송 인터뷰에서 “미래를 향해 비전을 제시해야 할 전당대회가 특정 몇몇 후보가 네거티브와 인신공격에만 집중해 판단을 흐리고 있다”며 원 후보를 겨냥해 “왜 혼자만 이렇게 물을 흐리시나”라고 비난했다.

앞서 전날 2차 TV토론회에서 원희룡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이모부가 민청학련 주동자이고, 검찰 출신 장인이 과거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았냐며 “강남좌파인가”라고 몰아붙였고, 한 후보는 “원 후보야말로 운동권 출신 아니냐”고 맞받았다.

원 후보가 토론회에서 비례대표 ‘사천’ 의혹 당사자를 거론하며 그 근거로 언론보도 등을 언급하자 한 후보가 “선거를 앞두고 그냥 오물 뿌리는 것 아닌가”라며 “‘뇌피셜(근거 없는 생각)’”이라고 비꼬는 모습도 생중계됐다.

원 후보가 토론회에서 언급한 비례대표 ‘사천’ 의혹 당사자 중 한 명인 이시우 전 국무총리실 서기관은 페이스북에 “허위 주장으로 인해 한동훈 처(妻)가 사천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혔다”며 원 후보의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원 후보와 한 후보가 막말과 인신공격으로 얼룩진 비방전을 이어가자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상황이 심각하다”며 두 후보에게 ‘주의·시정조치 명령’을 내리는 제재에 나섰다. 당 선관위는 한·원 후보가 당규 제5조 후보자의 공정경쟁의무와 제39조 금지되는 선거운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는 이날 두 후보에게 이런 경고장을 보냈다.

당 내부에서는 당권 주자 간 싸움이 내전 수준이라며 후유증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나경원 후보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원 후보와 한 후보의 격돌이 너무 지나쳐서 사실 두 사람 중에서 하나가 되면 당이 깨지겠다고 하는 정도”라고 우려했다.

윤상현 후보도 “한 후보, 원 후보는 당을 사분오열로 몰고 가는 이전투구를 멈추라”고 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12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대구ㆍ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 윤상현, 원희룡, 한동훈 후보. 2024.7.12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12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대구ㆍ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 윤상현, 원희룡, 한동훈 후보. 2024.7.12 /연합뉴스

이런 분위기는 이날 오후 대구·경북 연설회에서도 그대로 투영됐다.

가장 먼저 연설에 나선 나경원 후보는 대구 경북 2비행장에 아버지가 근무할 때 어머니 뱃속에 있었다며 TK와의 인연을 언급한 뒤 “중대 범죄 이재명은 2027년 대선을 조기에 하려고 획책하려고 엊그제 탄핵청원 청문회라는 기상천외한 의회 폭거를 일으켰다”며 “그런데 제가 탄핵 막겠다고 하니 공포마케팅 하지 말라고 한다. 늘 이러니 우리가 무기력하다는 소리를 듣는다”며 한동훈 후보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그들이(민주당) 말하는 검사탄핵, 특검의 꿍꿍이는 탄핵 하나다.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만든 대통령이다. 미우나 고우나 우리가 지켜야 한다”며 “자기 살자고 당무개입인, 국정농단이니 금기어를 함부러 쓰고 있다. 이거는 그들에게 구실을 주는 것이다. 그런 후보 되면 당정 파탄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윤상현 후보는 ‘보수혁명론’으로 대구·경북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윤 후보 역시 과거 경북 출신 어머니와 외가와의 인연을 강조하면서 ‘당원이 주인이 되는 혁신정당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윤 후보는 경쟁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보다는 당원소환제 등 당의 개혁노선과 TK 신공항 통합 완성, AI혁신 디지털 기반 조성 등 대구경북의 발전 청사진을 제시하는 데 열중했다.

그는 “여러분들이 계셔서 우리 당의 건강을 지켜주셨다”며 “그러나 보수의 팔다리는 바로 수도권이다. 수도권에서 이겨야 진짜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다. 수도권 싸움에서 능한 장수 윤상현이 국민의힘이 이기는 정당으로 만들고자 출사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한동훈 후보는 경산에서 정치신인 조지현 후보가 기라성 같은 최경환 후보를 꺽고 당선된 것에 대해 “우리 보수정치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 것”이라고 말문을 열면서 변화와 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힘에 어떤 정치를 바라시나. 민주당의 폭주를 물리쳐 달라. 보수정권을 반드시 재창출해 달라. 무엇보다 나라다운 나라 지켜달라 이거 아닌가”라며 “제가 하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한 후보는 “제가 몇 달 만에 다시 당대표로 나서는 데 대해 저를 사랑하신 많은 분들이 지금이 아니라고 했다. 지금 나가면 죽기 딱 좋다. 더 망할 때 너를 찾을 때 나와라고 말씀했다”면서 “지금은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릴 때가 아니다. 저는 폭풍이 불어올 때 여러분에 앞장서서 우산되고 방패가 되고 창이 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연설에 나선 원희룡 후보는 “전당대회는 축제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 없다”며 한동훈 후보를 바로 겨냥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아픔을 겪었나. 누군가는 인생의 ‘화양연화’였는지 모르지만 우리 모두 치욕을 겪었다. 이제 탄핵은 절대로 안된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작심한 듯 그는 “민주당의 탄핵열차는 벌써 출발했다. 누구는 아직도 바보같이 채상병 특검을 받아야 된다고 한다”며 “여당은 대통령과 척지는 순간 우리 모두 망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당대표가 충돌하다 탄핵으로 망해봤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후보는 영화 대부의 대사 한 구적을 인용, “적과 화해를 주선하는 자가 있다면 바로 그가 배신자”라며 “25년간 키워주신 원희룡이 앞장서서 온몸 던져 거대야당의 탄핵으로부터 우리 당과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열변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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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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