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30원’ 입장에 따라 다른 표정
“물가에 비해 낮은 인상폭 아쉬워”
“다른 비용 동반 상승 가능성 우려”
“밥 한끼도 못 먹어” vs “‘둑’이 무너진 것”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된 것을 두고 최저시급 수준을 받는 경기지역의 저임금노동자들은 낮은 인상폭에 “아쉽다”는 반응을,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들은 ‘1만원 시대’가 열렸다는 점에 “체감 부담이 크다”는 우려를 각각 나타내고 있다.
부천시의 한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권모(20)씨는 12일 “올해 최저임금도 별로 오른게 없이 내년 최저임금에도 큰 변화가 없어 (1만30원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주휴수당 없이 최저시급(9천860원)만을 받고 있어 적어도 1만1천원은 되길 기대했는데 많이 아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권씨는 인근에서 자취를 하며 학업과 아르바이트 시간을 쪼개 생활하고 있다. 그는 “타지에서 올라와 원룸에서 친구와 둘이 사는 빠듯한 생활을 하면서도 생활비를 아끼려고 약속을 미루거나 식비 부담으로 도시락을 싸서 학교에 가는 경우가 많다”며 “단지 몇 푼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최저임금 인상 폭이 내 생활에 그만큼 중요한데, 주변 물가를 생각하면 (내년도 생활이)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한다”고 걱정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화성시 한 학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유모(30)씨는 “대학생들이 최저임금을 받으며 1시간을 일해 대학가에서도 밥 한끼 먹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 “젊은 학생들을 아르바이트로 주로 쓰는 자영업자들이 힘든 본질적인 문제는 임대료나 프랜차이즈 가맹 수수료 등과 맞닿아 있는데 만만한 최저임금을 또 누르는 게 안타깝다”며 한숨을 쉬었다.
반면 자영업자들은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라 우선 다행스럽다면서도,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주는 체감적인 무게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날 수원시 권선동의 한 편의점에서 만난 점주 이모(65)씨는 “지난 정부 때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올라 이미 인건비 지불 여력이 한계에 다다라 있는데 (내년도 인상 수준은)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천원과 만원이 주는 어감과 눈높이가 달라 당장은 아니지만 차후에 다른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생각은 남는다”라고 했다.
인건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 13시간씩 주 6일을 직접 가게에서 일하는 이씨는 “이미 편의점 업계는 오랜 불황인데, 업종 차등(구분) 적용이나 주휴수당 폐지 같은 것도 앞으로 꼭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정부시 자일동에서 부대찌개집을 운영하는 김모(60)씨는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원대에 진입한 것에 대해 “조금 올랐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의미로 보면 만원이라는 ‘둑’이 무너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라며 “시급이 오른 것 때문에 다른 비용이 동반 상승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코로나19 시기 저리로 대출을 받았던 소상공인들이 서서히 오른 이자에 부담을 크게 느끼는 상황까지 겹치게 되면서 조금씩 현장에서 폐업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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