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승계 관련 소통 부족 지적
"슬롯 반납에 메가캐리어 무산"

대한항공 "독자생존 불가능"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절차가 노조 반발이라는 새로운 난관에 부딪혔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문을 매각하며 합병의 9부능선을 넘었지만, 노조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기업결합 절차가 최종 마무리되기까지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14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아시아나항공노조·조종사노조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두 항공사의 합병을 막기 위해 화물기 운항승무원 전원 사직,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고발, 국민청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면담 요청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노조·조종사노조는 합병을 반대하는 이유로 고용 승계 관련 소통 부재,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문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소규모 화물항공사 선정,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반납에 따른 국가 자산 손실 등을 꼽았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최도성 위원장은 "노조는 직원들의 고용과 처우를 논의하고자 대한항공 경영진과 접견을 시도했으나, 답을 주지 않고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며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에어인천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가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고용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아시아나항공노조 권수정 위원장은 "슬롯 반납과 화물사업부문 매각으로 양대 항공사 기업결합을 통해 궁극적으로 달성하려던 '메가케리어'는 사실상 무산됐다"며 "아시아나항공이 독자생존하거나, 제3의 그룹 기업으로 다시 매각돼 성장하는 게 훨씬 현실적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이라는 사실상 마지막 관문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EU 집행위원회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문 매각을 전제로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고, 대한항공은 연내 매각 절차를 마무리하고 최종 승인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도 올해 10월말께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대한항공은 예상하고 있다.

에어버스와 보잉 등으로부터 새 항공기를 구매해 노후화된 항공기를 교체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었으나, 노조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연내 기업결합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은 노조 측 주장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은 2천%가 넘는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 악화로 독자 생존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추가 혈세 투입은 어불성설이며, 제3자 매각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 항공 시장은 완전경쟁 체제로 일방적 운임 인상이나 독점이 불가능하다"며 "슬롯 이관의 대부분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를 대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국부 유출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