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찰스 다윈과 여름휴가

입력 2024-07-15 20:06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7-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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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여행기 3편으로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 레비스트로스의 '야생적 사유'를 꼽을 수 있다. 이 중에서 찰스 다윈(1809~1882)의 '비글호 항해기'가 주목을 끈다. '비글호 항해기'는 인류사회 사고의 패러다임을 바꾼 '종의 기원'의 전사(前史)이기 때문이다.

'항해기'는 1831년부터 1836년까지 비글호를 타고 세계 일주하면서 쓴 다윈의 일기다. 5년 136일간의 대장정을 거치면서 남미와 태평양 일대 원주민들의 삶과 풍물을 담아냈고, 이 과정에서 유럽인들이 이곳에서 저지른 악행이 드러나기도 한다. 다윈의 비글호 승선은 우연이었다. 피츠로이 비글호 함장은 출항 전 동승할 박물학자를 찾았다. 박물학자의 주임무는 함장의 말벗이 되는 일이었다. 긴 항해를 책임진 함장이란 직책은 외롭고 스트레스가 많은 자리여서 전임 함장들이 긴 항해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다윈은 1828년 목사가 되기 위해 케임브리지 대학에 입학했다 핸슬로 교수의 식물학 강의를 듣고 자연과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비글호 측에서는 먼저 핸슬로 교수에게 동승을 요청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다윈에게 연락이 갔다. 인류사의 패러다임을 바꾼 '종의 기원'과 그 전편인 '비글호 항해기'는 이런 우연에서 시작됐다.



다윈은 1831년 12월 27일 비글호를 타고 영국의 데번포트에서 출발하여 우루과이·파타고니아·아르헨티나·칠레·브라질·갈라파고스 등을 항해하면서 영국 팰머스 해안으로 돌아오기까지 전 과정을 18권의 항해 일기에 담았다. '종의 기원'의 탄생 배경이 되는 갈라파고스 제도 방문은 17장에서 상세하게 묘사된다. 남미 등지의 원주민들과 인디오들의 풍습과 생태 등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다윈은 군주제가 없는 평등한 사회일수록 문명이 발달하지 못하는 역설을 목격하기도 한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인천국제공항이 인산인해다. 주말 국적 항공사를 이용한 누적 승객수가 4천756만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해외여행이 대세라 하지만,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휴가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휴가를 갈 여건이 안 된다면 냉방 잘 된 도서관에서 '비글호 항해기' 같은 여행기를 읽으며 여행을 대신하는 것도 차선은 될 듯하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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