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경인칼럼] 적대를 넘는 적개의 정치… 누가 타파할 건가

입력 2024-07-16 20:04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7-17 19면
'이재명 사법리스크' 여전히 진로에 걸림돌
국힘 전대 '문자파동·댓글팀' 진흙탕 싸움
여권, 국회권력 넘겨준것 인정 민의 순응해야
지지율 올리는 길만이 '野 일방통행' 막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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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객원논설위원
여의도와 용산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에 '정치'란 말을 붙인다는 것은 민망한 일이다. 자신의 흠결을 덮기 위해 상대를 말살시켜야 하는 치킨게임적 양상과 적대를 넘는 적개의 양태를 띠는 게 지금의 한국정치다. 정치의 '허울'을 쓰고 자신들의 '허물'을 덮기에 온갖 기제를 동원하는 행위들이 '정치'일 수는 없는 노룻이다. 정치가 권력투쟁을 동력으로 하는 일련의 현상이고, 권력을 쟁취하고 유지하기 위해 마타도어도 불사하는 영역이라는 현실주의적 관점을 수용하더라도 정치가 이렇게 갈 수는 없다.

윤석열 대 이재명의 구도에서 윤 대통령은 시간이 지날수록 '살아있는 권력'으로서의 효용성이 반감될 것이다.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의 영향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느냐에 그의 '미래권력'으로서의 가능성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여전히 그의 진로에 걸림돌이다. 10월에 이 대표 공직선거법 관련 사건과 위증교사 사건의 1심 선고가 있다. 비록 1심이지만 재판에서 유죄가 나오면 이 대표가 지금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대법원 판결이 대선 전에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이 대표의 야권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나타날 수 있다. 게다가 만약 1심 판결 후 1년내 2심에서도 유죄가 나온다면 이 대표의 당 장악력과 차기 야권 대선 주자로서의 존재는 현저히 왜소해질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검사 탄핵의 대상 검사들은 모두 이 대표와 민주당 관련 수사와 연관이 있는 인물들이다. 이들을 탄핵하는 근거로 들은 사실관계도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거의 일을 들춰내서 탄핵을 위한 억지 명분을 만들고 있는 면도 있다.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과정에 대통령실의 외압이 있었느냐를 밝혀내기 위해 특검은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당은 해병대원 특검법도 대통령 탄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는 추론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여권에서는 김건희 여사 문자 파동과 '댓글팀' 운영 여부가 전당대회의 결정적 악재로 등장했다. 총선 참패후 패배의 원인을 분석한 백서는 물론 쇄신책 하나 내지 못하는 여당이 급기야 김 여사의 문자를 둘러싼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실의 무능과 책임을 회피하려는 수가 아니고서야 문자 공개는 상식적으로 설명할 길이 없다. 어떻게든 한동훈 후보를 내치려는 용산의 의도가 작동한다고 보는 것 역시 합리적 추론이다. 윤 대통령과 한 후보가 이미 총선 때 갈등을 겪었고 관계 복원이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해병대원 특검에 대해 조건부 수용 입장을 밝힌 한 후보는 용산의 시각에서 같이 할 수 없는 대상일 것이다. 이는 해병대원 특검에 대통령실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2017년의 박근혜 탄핵으로 조기대선을 치른 이후 문재인 정부의 '적폐수사', 조국 사태가 야기한 민주당의 대선 패배, 이후 집권한 윤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과 민주당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장기화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대치를 극한으로 몰고 갔다. 22대 총선 이후 윤 대통령과 이 대표와의 회담이 있었지만 각자 사법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현실이 정치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

여의도와 용산의 이러한 행태는 멈추기 어려울 것이다. 상대를 꺾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양측 모두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갈 수는 없다. 대한민국호가 복병을 만난 셈이다. 단순한 진영간의 세력 다툼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사실상 입법권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에게 대통령에 대한 무리한 탄핵과 특검 시도를 멈추라는 요구가 통할 리 없다. 당장 이를 심판할 선거도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여당과 용산 등 여권은 국회 권력을 넘겨준 분점정부 상황을 인정하고 민의에 순응해야 한다. 여권의 지지율을 올리는 길만이 야당의 일방통행식 행보를 막을 수 있다. 그래야 여권도 살고 정치가 정상궤도로 들어설 수 있다. 순천자(順天者)는 흥(興)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亡)한다는 사실을 여야 모두 명심할 때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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