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상황 심폐소생술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 됐으면"


귀가중 열차내 의료인력 찾는 방송
신속하게 환자 대처후 구급대 인계
"누구나 나섰을 일, 칭찬 쑥쓰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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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인천지하철 안에서 발생한 응급환자의 구호 활동에 적극 나선 정미리(32) 간호사는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칭찬받게 돼 쑥스럽다"고 말했다. 2024.7.16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

지난 5월28일 오후 10시께 인천 남동구 대찬병원에서 저녁 근무를 마친 정미리(32) 간호사는 집으로 향하던 중 응급상황을 마주했다.

평소처럼 인천지하철 1호선을 타고 귀가 중이던 때 열차가 동수역에서 긴급 정차했고 곧이어 열차 내 의료인력을 찾는 방송이 나왔다. 간호 경력 12년차인 정 간호사는 생각할 틈도 없이 몸을 움직였다.

정 간호사는 주변 목격자들에게 환자가 갑자기 쓰러지며 몸을 떨기 시작했다는 증상을 듣고 동수역 직원이 가져다 준 자동심장충격기(AED)를 환자 가슴에 부착했다. AED에는 심장 리듬을 자동 분석해 심폐소생을 위한 전기 충격이 필요한지 판단해주는 기능이 있다. 정 간호사는 환자의 심장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인지한 후 환자 신상과 상태를 지속 파악하면서 원활한 호흡이 이어질 수 있도록 조치했다.

정 간호사는 "환자가 쓰러지며 입속에서 출혈이 발생했다. 핏물로 질식 위험이 있어 고개를 옆으로 돌려 뱉어내도록 했다"며 "주변에 있던 환자 휴대폰으로 보호자에게 연락을 취해 환자가 과거에도 비슷한 증상을 겪어 약을 먹었다는 얘기를 듣고 관련 내용을 구급대원에게 알렸다"고 설명했다.

환자를 구급대에 인계한 후 사라진 정 간호사의 선행은 인천교통공사가 '열차 내 응급환자를 구호한 의인을 찾는다'는 게시글을 붙이며 알려졌다. 이를 통해 정 간호사는 지난달 25일 인천교통공사로부터 감사패를 받았고 지난 3일 인천시 모범 선행 시민에 선정됐다.

정 간호사는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얘기한 적이 있다. 이후 지하철에서 게시글을 본 동료가 인천교통공사에서 나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며 "시민 누구나 나섰을 당연한 일을 칭찬받게 돼 쑥스럽다"고 했다.

정 간호사의 선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하와이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한 승객이 당뇨로 갑자기 쓰러졌고, 마침 기내에 있던 정 간호사와 의사가 함께 환자를 살려냈다.

정 간호사는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 시민이 응급상황에 적극 나서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응급상황에 적극 나서는 것은 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해야 할 당연한 일"이라며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는 걸 다른 사람들도 느끼고, 응급상황 시 심폐소생술 등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