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트로트에… 어르신들 흥겨운 표정 보면 뿌듯"
사회복지학 전문적 공부 '석사학위'
노인요양원 등 복지시설 찾아 활동
홀몸가정 안부 방문 프로그램 운영
"자원봉사자는 향기 그윽한 꽃과 같은 존재입니다."
파주시 공무원으로 퇴직한 후 80~90대 어르신들이 계신 요양원을 찾아다니며 음악봉사에 푹 빠진 봉사자가 있다. 파주의 옛 이름을 따 결성한 '술이홀예술단'의 이연우(65) 단장이 주인공이다.
2019년 6월 33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침과 동시에 음악봉사를 시작한 이 단장은 "공직 초기 어느 홀몸 어르신을 방문했는데 1월 한겨울인데도 창문 틈새가 벌어져 방에는 온기도 없고, 늘 감기를 달고 사신다고 하더라. 직원들과 함께 수리해 드렸지만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돌아봤다.
이 단장은 공무원이 된 후 첫 업무로 장애인복지를 담당하며 봉사에 빠져들었다. 봉사에 진심이 깃들기 시작한 그는 사회복지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어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진학, 밤낮으로 공부하며 석사학위까지 취득하게 된다.
이 단장은 "윗분들이 공무원이 일은 안 하고 대학에 다닌다며 비난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속상했다. 그러다보니 진급에서도 뒤처졌지만, 자업자득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술이홀예술단은 현재 이 단장과 12명의 단원이 일주일 내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노인요양원 등 사회복지시설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트로트 가요를 중심으로 장구춤과 사물놀이, 민요 등을 곁들여 어르신들과 1시간여 동안 흥겨운 시간을 갖는다. 이 같은 활동소식이 퍼지면서 최근에는 복지시설은 물론 마을 노인회관 등에서도 봉사 요청이 쇄도해 월·수·금 정기공연과 어르신 생신 잔치를 챙기고 있다.
이 단장은 "주간보호센터에서 봉사를 끝내고 나오는데 한 어르신이 슬그머니 손을 잡더니 뭘 쥐어 주시길래 펴보니 땀에 젖은 1만원짜리였다. 그냥 돌려드리면 마음 상해 하실 것 같아 양말 150켤레를 사 예쁘게 포장해 어르신들께 드리니 너무 좋아하셨다"며 그런 때가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그는 "또 한 번은 봉사를 마치고 장비를 챙기는데 한 어르신이 '자네들이 건강해야 우리 같은 늙은이들에게 오래 봉사할 것 아녀?' 하시며 보약 꾸러미를 내밀었다"고 좋았던 기억을 말했다.
반면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이 단장은 "한 어르신은 겨울이 지나 봄에 잘 계시나 하고 방문했는데,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자책감이 들었다"며 체계적인 관리와 보호가 필요한 어르신들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똑똑똑 계십니까?' 방문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 단장은 "사계절 내내 피는 꽃은 어디에도 없듯이 꽃은 한 철만 피어도 꽃이고, 봉사 또한 단 한 번만 해도 봉사"라며 자원봉사를 시간으로 따지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주/이종태기자 dolsae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