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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토리] 여름방학·휴가철 '북캉스'… '책 읽는 도시' 만드는 인천

입력 2024-07-18 20:54 수정 2024-07-18 21:15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7-19 10면

작은 도서관·골목 서점에 '풍덩'… 책속으로 '피서 삼매경'


노인 위한 도서관 '큰 글자 그림책 가득'… 희망 동화 서점서 바로 대출
도림초 교실서 매주 왁자지껄 '독서모임' 각자 이야기 에세이 출간 목표
공공도서관 복합문화공간 '진화' 노후 설계·음악회·카페형 열람실 검토
시교육청, 지역서점·작은 도서관과 협업 '읽·걷·쓰' 학부모작가 교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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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생성형 AI 미드저니 이미지 재가공·클립아트코리아

매년 여름이면 방학을 맞은 학생들과 휴가를 보내려는 시민들이 저마다 즐길거리를 찾아 나선다.

최근 무더운 날씨와 장마 등으로 외부 활동이 힘들어지면서 여유로운 '북캉스'로 눈길을 돌리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번 여름 지역 곳곳에서 책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 인천이 '책 읽는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을 짚어본다.

■ 읽고 싶은 책이 생각날 때, 우리 집 앞 '작은도서관'




인천 부평구 주택가에서 마주한 '춤추는달팽이도서관'. 이곳은 마을 주민들이 멀리 떨어진 공공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언제든 집 앞에서 책을 빌리고 읽을 수 있게 조성된 도서관이다. '노인을 위한 도서관'을 지향하는 만큼 이곳에는 저시력자를 위한 큰 글자 그림책이 가득하다.

공간이 좁아 가끔 주민들이 찾는 책이 없을 때도 있지만, '상호대차 서비스'를 신청하면 부평구립도서관이나 인천북구도서관 등 인근 도서관에서 책을 제공한다. 또 인천시가 작은도서관 우수사례와 운영이 미흡한 곳을 매칭시켜 컨설팅을 지원하는 등 지역 작은도서관의 역량은 점차 강화하고 있다.

이 도서관을 운영하는 최선미(57)씨는 "인천시의 지원으로 노인들을 위한 인문학 강의, 인생을 돌아보고 그림책을 만드는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동안 작은도서관 4곳에 운영 방식, 회계 처리, 프로그램 구상 등 전반에 걸쳐 컨설팅을 제공했는데, 눈에 띄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도서관에 원하는 책이 없다면 '희망도서 바로 대출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대표적으로 부평구 지역 서점인 '사각공간'에서는 동화책 '별이달이'를 빌릴 수 있다. 이 책은 인천시교육청이 운영하는 9개 도서관 어디에도 비치되지 않은 책인데, 인천시교육청의 '희망도서 서점 바로대출 서비스'를 이용하면 바로 검색이 가능하다.

기자가 직접 '희망도서 서점 바로대출' 홈페이지에서 빌릴 책과 서점을 선택하자, 서점 운영자가 곧바로 신청 내역을 확인하고 책을 빌려줬다. 책을 다 읽고 서점에 반납하면, 인천시교육청이 이 책을 구매해 인근 도서관에 비치한다. 기자가 빌린 동화책 '별이달이'는 곧 부평도서관에 놓여 인천시민 모두가 읽을 수 있게 된다.

사각공간을 운영하는 김성열(48) 대표는 "시민들은 도서관에 없는 책을 무료로 읽을 수 있고, 서점은 책을 판매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라며 "시민들이 부담 없이 지역 서점으로 발걸음할 기회가 마련된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
인천시교육청이 지난 4월 인천 부평구 부평서여자중학교에서 진행한 '읽·걷·쓰 가족 북클럽 발대식'. /인천시교육청 제공

■ 학교와 지역 서점이 상생하는 '읽·걷·쓰' 독서모임


아이들이 떠난 늦은 저녁, 일주일에 한 번 남동구 인천도림초등학교 4학년 4반 교실이 왁자지껄해진다. 도림초가 부평구 지역 서점인 '북극서점'과 매주 운영하는 독서모임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달 9일에는 학부모 5명과 교사 3명, 북극서점의 슬로보트(활동명) 대표가 모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주제로 짧은 글도 썼다. 참여자들은 서로 사연을 나누며 웃고, 박수 치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읽(기)·걷(기)·쓰(기)' 사업 중 하나로 이와 같이 지역 서점과 연계한 독서모임을 독려하고 있다. 도림초 모임은 함께 책을 읽고 감상문을 쓰는 등 역량을 키운 뒤, 올해 말 각자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 출간하기로 목표를 세웠다. 세 번의 출판 경험이 있는 슬로보트 대표가 글쓰기 교육부터 편집, 교열 등 출판 과정을 돕는다.

학부모 박미현(56)씨는 "항상 나의 이야기를 담은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모임에서 글쓰는 법을 배우고, 다른 사람의 글도 읽으면서 독서와 더욱 가까워질 수 있어서 무척 기쁘다"며 "그동안 지역서점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이번 모임을 계기로 책과 글쓰기, 지역 서점 등에도 관심이 더 생겼다"고 말했다.

도림초
지난 5월 인천 남동구 도림초등학교 4학년 4반 교실에서 학부모 5명과 교사 3명, 부평구의 독립서점 '북극서점'의 슬로보트 대표가 각자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주제로 적은 글을 발표하고 있다. /경인일보DB

■ 초고령사회, 공공도서관도 변화한다

인천 남동구 미추홀도서관에서 독서에 열중하던 김종민(69)씨는 "둘레길 산책을 왔다가 도서관이 있어 '오랜만에 책이나 읽어볼까'하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평소에 틈이 나면 어디 놀러 가거나 취미활동을 했지, 도서관에 가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는 그다.

김씨가 도서관을 찾은 오후 3시께는 평일 낮 시간대라 그런지 일반자료실이나 디지털열람실(디지털@터), 지하1층 열람실에 빈자리가 많았다.

모처럼 도서관을 찾았다는 그는 "보통 책을 빌리거나 시험 공부를 하는 곳이지 않나. 공간도 잘 꾸며져 있고 시설도 깨끗하지만, 왠지 너무 조용하고 어색해서 오래 머물지는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인천시는 인구 고령화 시대를 맞아 공공도서관의 사회적 기능이나 역할 강화 등에 대한 구상에 들어갔다. 인천시가 수립하는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공공도서관 운영 혁신 추진계획(안)'은 지역 공공도서관이 단순히 도서를 열람하고 대출하는 기본적인 역할을 넘어, 모든 연령대가 편하게 찾아오고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복합지식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려는 취지다.

인천 공공도서관은 시립도서관 13곳, 인천시교육청 소속 도서관 9곳, 군·구립도서관 42곳 등 모두 64곳이다. 각 도서관에서는 문화 행사나 작가와의 만남 등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시민들의 도서관 이용이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인천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에 주목해 노후 도서관 환경 개선, 은퇴(예정)자가 참여할 수 있는 문화·교육 프로그램 활성화, 음악회를 비롯한 시민 문화 향유 기회 확충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시 문화정책과 관계자는 "독서실 형태의 도서관 열람실을 카페형 열람실처럼 조금 더 열린 공간으로 바꾸는 등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부평 서점
인천 부평구의 서점 '사각공간'은 인천시교육청이 추진하는 '희망도서 서점 바로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은 책을 판매하는 서점이지만 인천시교육청 도서관 회원이라면 누구나 서점에 있는 책을 무료로 대여할 수 있다. /경인일보DB

■ 함께 만드는 '책 읽는 도시 인천'


인천 지역 공공기관과 공공도서관은 책을 구입할 때 100% 지역서점을 이용한다. 또 공공도서관에서 진행하는 각종 독서문화 프로그램도 지역서점과 협업해 진행한다.

주민들이 언제든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작은도서관에 대한 지원도 늘렸다. 인천시는 지난해보다 관련 예산을 2천여만원 늘렸는데, 운영이 미흡한 도서관에 대해서는 우수 도서관이 운영 방식이나 회계 처리, 도서 선별, 독서프로그램 운영 등 노하우를 전수하는 컨설팅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도 지역서점, 작은 도서관과 함께 '읽·걷·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 학부모, 교직원의 글쓰기 교육이나 출판 활동 등에는 지역서점, 작은 도서관 운영자들이 참여한다. 올해 4월 '읽·걷·쓰 출판전시회'에선 지역서점, 작은 도서관 운영자들과 시민이 교류하는 만남의 장이 열렸다.

부평구 지역서점 '낮잠과 바람'에선 매주 목요일 '읽·걷·쓰 연계 학부모 작가 교실'이 열린다. 서점 인근 부평공고, 부일여중 학생들이 서점에 찾아와 독립출판에 대해 배워가기도 한다. 낮잠과 바람 조다애(38)대표는 "공공기관과 협력해 독서 프로그램 진행하면 서점을 홍보하는 효과도 있고 독서문화 확산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정부가 전액 삭감한 '북스타트 사업' 운영 예산도 100% 시비로 편성해 추진한다. 북스타트 사업은 영유아들에게 연령별로 맞춤형 책 꾸러미를 선물하는 사업이다.

인천시 문화정책과 관계자는 "독서 활성화에 관심이 많은 시민과 인천시의회의 지원 덕분에 독서 관련 예산을 늘릴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인천시민들이 독서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희연·정선아기자 kh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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