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진 폭우에 경기도 전역 혼란… 도민들 노심초사
지하철 1호선 연착, 출근길 막막
수원 지하차도 통제로 차량 정체
최다 강우 파주 "상향등 켜야 운행"
오산·평택 하천 범람위험 대피령
포곡나들목 인근 도로에 산사태
산비탈 공사장 주변 주민들 불안
전날에 이어 18일 시간당 최대 100㎜ 이상으로 덮친 '물폭탄'은 곳곳의 하천을 강으로 만들고 산지를 뒤엎으며 도민들이 난데없이 집을 뛰쳐나와 대피하게 만드는 등 경기도 전역을 혼란에 빠뜨렸다.
쏟아져 내린 비로 아침 출근길 발목을 잡히고 난생 처음 대피소로 몸을 피하거나, 하마터면 산사태로 목숨을 잃을 뻔한 도민들은 주말까지 이어진다는 폭우 예보에 여전히 노심초사다.
■ 오전 내내 '정체', 지하철 '지연'
이날 오전 9시 20분께 지하철 1호선 화서역에서 천안행 지하철을 기다리는 승객 대기줄은 하나둘씩 늘어 수십명에 이르렀다. 역사 내엔 "집중호우로 인한 안전확보를 위해 운행이 지연되거나 제한되고 있다"며 양해를 구하는 방송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대기 중이던 승객 이모(44)씨는 "벌써 10분 넘게 연착됐는데 올 기미가 안 보여 막막하다"고 말했다.
세류역에서 병점역 방향으로 향하는 경수대로와 주변 주요 도로는 오전 내내 극심한 차량 정체를 빚었다. 황구지천과 인접한 효원지하차도, 황계지하차도, 반정지하차도가 모두 오전 7시30분께부터 차오른 빗물로 통제돼 차량들이 분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하차도를 통제하던 한 관계자는 "매년 장마 때마다 침수되는 구역"이라며 "아침 일찍부터 오전 10시30분까지 차량 정체가 안 풀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북부에서 가장 많은 강우량을 보인 파주에서 자가 차량으로 출근길에 오른 정모(38)씨는 하마터면 출근 시각을 못 지킬 뻔했다. 정씨는 "상향등을 켜지 않고는 전방 주시가 어려웠다"며 "차가 너무 밀리고 제2자유로 일부가 침수돼 평소 1시간이던 출근시간이 2시간으로 늘었다"고 토로했다.
■ 강으로 변한 하천… "미리 대피"
집 주변 하천이 강을 연상케 할 만큼 빗물로 가득 차올라 대피령까지 떨어진 오산과 평택지역 주민들은 불안함과 공포심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오전 11시께 오산천과 인접한 오산시 은계동 일대는 출입통제선 근처에서 우비를 입고 움직이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폭우로 오산천이 범람할 수준에 이르자 인근 빌라 반지하에 사는 주민들은 이웃집 문을 두드리며 아직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이 있는지 확인하기 바빴고, 통장들은 집을 비운 세대를 찾아다니며 침수를 알리는 연락에 정신이 없었다.
이곳 반지하 세대 주민 박정숙(58)씨는 "20년 넘게 살며 매년 크고 작은 침수를 겪었지만 이번처럼 물이 찬 건 처음"이라고 했다.
인근 대피소로 지정된 매홀중학교엔 아침 일찍부터 물난리를 피해 온 주민들이 기약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송재순(78)씨는 "50년째 오산에 살고 있지만 이토록 무섭게 불어나 대피까지 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범람 위험이 경고된 평택 통복천 인근에 거주하는 노정인(66)씨는 침수 피해를 입진 않았지만 미리 대피에 나서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내일도 비가 쏟아진다는 예보 때문에 미리 대피를 해야하는지 고민"이라며 "10년 전에도 침수돼 피해를 입은 적이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 산사태 덮친 고속도로·주택가
같은 날 오후 산사태 예비경보가 발령된 용인시 처인구 주민들은 하늘이 뚫린 듯 끝없이 내리는 빗줄기에 노심초사했다. 산을 깎고 공사 중이던 구역 아래 거주하던 주민들은 경사면 토사가 무너질까 걱정했다.
이곳 주민 김종덕(61)씨는 "경사면 공사장에 비가 쏟아지면 산사태 가능성에 불안하다"며 "어제부터 계속되는 안전 문자를 유심히 보고 있다. 사고 없이 지나가길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다.
처인구 포곡읍의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포곡나들목(봉담 방향) 부근에선 실제로 경사면이 무너지며 고속도로 두 차로를 덮치는 일도 있었다. 오후 3시께 찾은 이 현장은 쏟아져 내린 흙과 암석들을 굴착기 2대가 25t 덤프트럭 2대에 퍼담는 복구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이곳을 지나던 택시기사 김모(63)씨는 "평소 자주 지나는 곳인데 토사가 도로를 뒤덮은 걸 보니 무섭고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날 오전 2시25분께 양주시 백석읍의 한 공사 현장에선 폭우 영향으로 옹벽이 무너지며 주택가 일부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2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김준석·한규준·김지원기자 joons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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