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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정 정치2부(서울) 차장
22대 국회에서 '정치가 실종됐다'는 표현은 새롭지도 않다. 특히 채상병의 죽음과 수사 외압의혹에 대한 국민적 비판의식을 총선에서 확인한 야당과 임기가 3년이나 남은 대통령을 향한 칼날을 온몸으로 막아서는 여당의 대립은 그 틈이 더 벌어지면 벌어졌지 줄어들 여지가 별로 없다.

누가 실종된 정치를 찾을 수 있는가.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이 강조한 '존경받을 만한 대통령'이 그 대답이 될 수 있다. 그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를 여는 의회민주주의포럼'에서 첫번째 강의를 맡아 대통령의 권한은 '강한 국회에 의해 제한돼 있음'을 주지시키고, 그렇기에 대통령의 역할은 '야당들과 지혜롭고 다정하게 일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그는 "그렇기에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 돼야 한다"면서 "왕이 없는 사회에서 도덕의 기초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양한 여론으로 토론하는 국회, 헌법과 법률로 제한된 대통령의 권한, 다양한 여론을 조율하는 조정자로서의 대통령이라는 이상적 정치가 작동하려면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이 믿어줄 만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 우리 정치의 난제는 '도덕의 기초를 제공해야 할' 대통령이 그 역할을 위배하고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의혹은 '임성근 구명로비의혹'으로 전환됐다. 임성근-이종호-VIP로 연결되는 고리가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이종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관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져만 가는데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소환 조사를 김 여사의 편의대로 진행하도록 내버려뒀다. 국회가 요구하는 청문회에도 '위헌·위법사안에 타협은 없다'며 출석하지 않는다. 어떤 방식으로든 의혹 해소가 필요한데도 도덕·공정·해명에 대한 국민적 갈증을 해소할 만한 대응은 없다.

국민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겠다"던 인물을 대통령으로 세웠다. 대통령이 무너뜨린 상식은 사회 전체의 토대를 뒤흔들 수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권순정 정치2부(서울) 차장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