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사건' 깡통전세 트라우마
시세 파악 어려움 사태발생 원인
非아파트 정책·관리체계 마련과
분양대행·컨설팅제도 도입 시급
정부, 가격정보 구축 신경 쓸때다

서진형.jpg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광운대 교수
전세시장을 뒤흔든 빌라왕, 빌라신 사건으로 인하여 빌라시장이 침몰하고 있다. 빌라에 전세로 들어가면 깡통전세로 인하여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트라우마가 생겼다. 이로 인해 빌라에 대한 수요가 사라졌다. 빌라에 대한 임차수요가 사라지면서 임대목적으로 빌라를 매수하고자 하는 수요도 사라졌다. 더불어 빌라의 인허가 물량이 급감하고 있다.

빌라는 서민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곳이다. 한국문화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영화의 소재로 등장하여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빌라에서 탄생한 반지하를 배경으로 한 영화 '기생충'은 서민의 삶을 바탕으로 고군분투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싱크홀'이란 영화도 빌라를 내집으로 마련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은 평생의 소원인 내집마련 수단으로 빌라를 매입했다. 비록 집은 가졌지만 빌라인 탓에 집값이 잘 오르지 않고, 하자가 많고 결국 싱크홀로 무너진다. 이처럼 빌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비춰지고 있다.

그런데 빌라라는 용어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지만 주택법이나 건축법 등 관계 법령에 규정된 용어는 아니다. 주택법에서는 공동주택으로 정의하고 있다. 공동주택이란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으로 구분된다. 빌라라는 용어는 보통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을 통칭한다.

그러나 빌라(villa)는 고대 로마 및 르네상스시대 이탈리아에서 많이 지어진 일종의 별장으로 시골의 저택, 별장(別莊), 교외 주택을 이르는 말이다. 일반적인 구조는 넓은 대지에 주거기능과 농장 및 그 부속시설이 결합된 저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원래 영어 뜻과 달리 빌라(또는 맨션)라고 하면 4층 이하의 소형 공동주택을 뜻하는 말로 의미가 변화되어 사용되었다. 초창기에는 외국처럼 도시 지역의 고급 연립주택(서초구 서래마을, 한남동 고급빌라)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이후에 양옥집(단독주택)과 비교하여 외관상 큰 주택이라는 의미로 건축업자들이 건축물을 분양하기 위한 마케팅수단으로 빌라라는 용어가 사용됨으로써 서민의 주거유형으로 인식이 굳어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주택은 아파트가 51.9%이고, 다세대·연립주택의 비중도 11% 정도이다. 서울은 아파트가 43.5%, 다세대·연립주택의 비중은 21.5%이다. 이처럼 많은 국민들이 빌라에 살면서 신규아파트 마련에 꿈을 가지고 있다. 즉 빌라는 서민들, 주거취약계층, 2030세대 등에게 주거 사다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순기능이 있는 빌라가 부동산시장에서 침몰하고 있다.

결국 주거유형의 다양화가 필요한데 아파트라는 주거유형으로 획일화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난다. 국내 아파트의 경우 일반적으로 빌라에 비하여 고가이기 때문에 아직 20~30대 젊은 층이나 주거취약계층이 매수나 임차를 하기에 어렵고, 분양가도 상승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주거사다리가 없어지면 주거취약계층들의 고통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또한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들은 시세 파악의 어려움이 사태발생의 근본적 원인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세사기 사건은 비아파트 기피현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아파트 전세로 수요가 이동하여 아파트전세가격을 밀어 올리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아파트중심의 주택정책에서 비아파트 정책이나 관리 체계도 함께 마련하여야 한다. 그리고 전세사기 사건의 일부 원인인 분양대행업자 및 부동산 컨설팅업체에 대한 제도도입도 하루 속히 도입하여야 할 것이다.

아파트의 경우 통상 매매가와 전세가 등 실거래자료가 많이 축적·공개되어 있고, 각종 시세제공사이트(한국부동산원, KB, 직방 등)가 발달하여 정보의 비대칭성이 낮다. 그러나 빌라(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는 대부분 소규모 형태에 개별성이 강하고, 시세제공서비스가 아파트만큼 다양하지 않아 정보의 비대칭성이 강하다. 따라서 빌라에 대한 가격정보구축에 정부는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대책들을 수립하여 시행함으로써 빌라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만 빌라의 침몰을 막을 수 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광운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