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띄웠더니 바지락 씨 마를판"… 장봉도 어민들, 옹진군에 대책 요구

입력 2024-07-28 20:39 수정 2024-07-28 20:46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7-29 1면
"항공기 소음·진동 생육 악영향"
2022년 123t→올해 20~30t 수준
인천공항 4활주로 어장위 비행 타격
전문가 "가능성… 역학조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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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옹진군 장봉도 어민들이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의 소음·진동과 야간 불빛 때문에 바지락 수확량이 급감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바지락 급감의 원인을 찾으려면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해 보이는데, 어민들이 주장하는 항공기의 소음·진동·불빛이 바지락 생육에 영향을 미쳤을지 주목된다.

28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옹진군 장봉 어촌계 주민들은 최근 인천공항 소음 피해 대책을 논의하는 주민협의체 회의 자리에서 바지락 수확량 급감에 따른 대책 마련을 옹진군청에 요구했다.



장봉도 어민들은 겨울철에는 김 양식이나 굴을 수확하고, 여름에는 바지락을 채취하고 있다. 어민들은 여름철 주요 수입원인 바지락 수확량이 지난해부터 급격히 감소했다고 주장한다. 2022년 123t에 달하던 장봉도 바지락 수확량은 지난해 78t으로 줄었고, 올해는 20~30t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게 어민들 주장이다.

장봉도 어민들은 일반적으로 6~8월 3개월간 바지락을 채취했는데, 올해는 보름 정도만 조업할 수 있을 정도로 수확량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장봉 어촌계 정연희 계장은 "2018년 어촌계장을 맡은 이후 바지락이 이렇게까지 잡히지 않은 적은 처음"이라며 "여름에는 바지락을 캐서 어민 1명당 못해도 500만원 정도의 소득을 올렸는데, 올해에는 수익이 전혀 없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2021년 인천공항 제4활주로가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하면서 바지락 수확량이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제4활주로 개장 전에는 연간 100t 내외로 안정적 생산량을 유지했는데, 개장 후 항공기가 바지락 어장 바로 위를 비행하면서 소음·진동 때문에 서식 환경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어민들은 야간에도 많은 항공기가 제4활주로에서 뜨고 내리면서 바지락 생육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 유행으로 항공편이 많지 않았던 2022년에는 123t의 바지락을 수확하며 예년 수준을 유지했으나, 코로나19 엔데믹으로 항공기가 많아진 지난해부터 수확량이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고 어민들은 입을 모았다. 인천공항 항공편은 2022년 17만1천253편에서 지난해 33만7천299편으로 약 두 배 늘었고, 올해는 6월까지 20만252편의 항공기가 이착륙했다.

전문가들도 항공기가 바지락 서식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남대 해양생산관리학과 황두진 교수는 "바지락은 갯벌의 얕은 표층에서 주로 서식하는데,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공기압이 바지락 서식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역학조사가 필요하지만, 항공기 때문에 바지락 수확량이 줄어들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옹진군 관계자는 "어민들이 요구한 내용을 인천공항공사 등 관계기관에 전달해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관계기관 조사에서 바지락 급감의 원인이 밝혀질지 관심이 쏠린다. 수온 및 갯벌의 변화, 해양 산성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수 있어, 항공기의 소음·진동·불빛을 바지락 급감의 원인으로 특정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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