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 WIDE] 비좁고 끊기고 위험한 '두바퀴 주행'…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입력 2024-07-28 20:14 수정 2024-07-28 22:16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7-29 3면

탄소중립시대, 갈 길 먼 자전거 통근


일산대교 오르막 구간 통행 금지
다리끝 4개 나들목 차량 꼬리물어
1시간 넘는 시간에 '단 한명' 발견
막힘없는 전호교는 교량 가팔라

자전거도로 '관리 책임' 분산으로
신호·표지판 등 통일성 없어 맹점

"통근교통·거점 연결 수단" 추세


일산대교.jpg
김포에서 자전거를 타고 일산대교를 넘어가기 위해서는 자유로 등지로 진출입하는 차량 나들목 4개를 위태롭게 통과해야 한다. /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지난 24일 오후 6시께. 김포에서 일산까지 자전거로 이동해보니 일산대교에서만 수없이 정차를 반복해야 했다. 애초 일산대교로 진입하는 오르막 구간은 자전거 통행이 금지돼 있었고, 다리 위에 올라서면 교행이 불가능한 비좁은 통로를 지나야 했다. 다리 끝에서는 나들목 4개가 기다렸다. 차량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꼬리를 물어 위태로운 상황이 연출됐다.

 

일산대교는 김포에서 자전거로 고양·파주를 오가는 유일한 통로로, 자전거 통근족이 많아진다면 차라리 도보로 건너는 게 나아 보일 만큼 통행여건이 열악했다.

 

일산대교에서 한 시간 넘게 취재하는 동안 자전거로 퇴근하는 직장인은 단 한 명이었다. 파주출판단지에서 출발해 왔다는 이 남성은 "일산대교를 건널 때면 사고위험 때문에 늘 긴장된다"며 "차량이 몰리는 출근 무렵에는 자전거로 건널때 시간도 많이 잡아먹기 때문에 어쩌다 여유 있을 때만 자전거로 출퇴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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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에서 자전거를 타고 서울과 인천을 막힘없이 오가기 위해서는 경사가 가파른 전호교(사진 중앙 먼 곳)를 넘어야만 한다. 왼쪽은 한강 자전거도로 연결부. /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25~27일에는 김포 고촌읍에서 서울과 인천으로 각각 이동해봤다. 김포에서 서울 한강과 인천 아라뱃길 자전거도로까지 막힘없이 연결하는 통로는 전호교뿐이었다. 이마저 가파른 교량을 넘어가며 급격히 지쳤다.



인천에서는 계양대교 근처에서 도심으로 진입을 시도했는데, 자전거도로가 어느 정도 이어지는가 싶더니 한 중학교 앞에서 협소한 보행로와 합쳐지며 사실상 단절이 됐다. 그곳부터 전철 역사 4개를 지나는 구간에서는 골목진출입 차량, 주정차 차량, 보행자 등에 가로막혀 주행이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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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아라뱃길 계양대교 근처에서 인천 도심으로 진입하면 자전거도로가 어느 정도 이어지는가 싶다가 한 중학교 앞에서 협소한 보행로와 합쳐지며 사실상 단절이 된다. /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계양구와 서구 경계에서는 울퉁불퉁한 노면을 오랜 시간 통과해야 해 속도를 낼 수 없었다. 한강에서 홍제천 등 지류를 통해 도심 곳곳에 닿는 서울의 자전거도로와 대비되는 광경이었다.

신호와 표지판, 디자인 등에 통일성이 없다는 것도 경기·인천지역 자전거도로 체계의 맹점으로 지적된다. 한 도시 안에서도 선형에 파란색·하얀색·노란색이 섞여 있고, 바닥면 색상이나 가로등 점멸시간도 제각각이다. 이는 자전거도로 관리책임이 지자체, 국토관리청, 수자원공사 등으로 분산된 것과 무관치 않다.

서울 서대문에서 김포 직장까지 종종 자전거로 통근하는 김모(47)씨는 "서울의 경우 한강 자전거도로에 문제가 생기면 한강관리기관에서 바로바로 복구작업을 한다"며 "정부나 광역지자체 차원에 자전거정책을 통합 관리하는 기관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경인아라뱃길 자전거도로 (13)
탄소중립의 실천 방안으로 자전거 분야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자전거 출퇴근 시 도시간 접속도로망이 열악하다는 지적이다. 28일 서울과 김포, 인천을 잇는 경인아라뱃길 자전거도로에서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2024.7.28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전문가들은 통근교통과 주거지를 잇는 역할로 자전거가 중요해지는 추세라고 강조한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이용자에 따라 광역적 통근을 자전거로 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를 일반적인 교통정책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자전거는 도시 내 통근·통학이나 주거지와 교통거점(철도역·터미널)을 연결하는 도시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고, 고속철·광역철·도시철·버스·개인교통(자전거 등) 간 환승이 핵심 교통정책인 상황에서 광역버스·철도 등 교통과 주거지를 연결하는 퍼스트마일로서 역할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기성 시가지에 자전거도로를 신설하는 건 매우 어려워서 신도시와 원도심 간 자전거도로 단절이 빈번히 일어나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개선해갈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김우성·장태복기자 wski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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