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천여성영화제 주최 측에 '퀴어 등 의견이 분분한 소재'를 다룬 영화를 상영하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한 인천시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정 권고하기로 했다. 당시 인천시의 처분이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성발전기본법에 명시된 '여성주간'에 맞춰 지난 2005년부터 7월마다 열리고 있는 인천여성영화제는 여성 감독이 만들었거나 여성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 영화들을 다루고 있다. 인천시의회의 권유에 따라 지난해 인천시는 인천의 대표적 인권 영화제로 성장한 인천여성영화제를 보조금 지원사업으로 정해 행사 주최 측에 예산을 지원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인천여성영화제 상영작 중 퀴어 영화가 포함된 것을 두고 인천시가 문제를 삼으면서 행사를 주최한 인천여성회는 물론 여성인권단체들이 반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인천시는 퀴어 영화가 시민사회의 반감을 사는 주제라서 상영이 부적절하다고 했고, 여성인권단체들은 예산 지원을 빌미로 한 검열을 중단하라며 맞섰다.
결국 인천시가 인천여성영화제에 예산을 지원하지 않기로 하자, 인천여성회는 시민들이 낸 후원금으로 영화제를 치렀다. 또 퀴어 영화를 제외하라는 건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행위라며 유정복 인천시장 등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천시와 여성인권단체 간 갈등으로 올해 20주년을 맞은 인천여성영화제의 명맥이 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인천시는 올해 본예산안에 인천여성영화제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인천시의회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인천시는 또 매년 7월에 열던 인천여성영화제의 올해 개최 시기를 미루고, 가족·양성평등영화제 등으로 영화제 명칭 등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인천여성회도 지역사회의 후원을 받아 인천여성영화제를 따로 치르는 걸 고민하기도 했다.
파행을 빚던 인천여성영화제와 관련해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인천시가 올해 '여성폭력 추방 주간'(11월 25일~12월 1일)에 예년과 같은 명칭과 내용으로 영화제를 열기로 결정한 것이다. 인천여성회 측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인천여성영화제에서는 여성을 비롯해 아동·노인·장애인·성소수자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를 소재로 다룬 영화를 접할 수 있다. 올해 영화제에서도 사회적 편견이나 혐오·차별 등의 벽을 넘어서 서로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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