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인천4센터서 농성… 전국순회
2시간에 20분씩 휴게시간보장 요구
안내방송으로 이름 불러 복귀 지시
"이용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푸념
지난 6월 인천 서구 오류동에 있는 쿠팡 인천4센터에 설치된 열 피난처의 모습.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제공
인천 서구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사측이 마련한 '열 피난처'가 정작 휴게시간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이하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인천 서구 오류동에 있는 쿠팡 인천4센터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앞서 지난 9일부터 대구, 고양, 동탄 물류센터 등 전국을 순회하며 2시간에 20분씩 휴게시간을 보장하고 물류센터 전 층에 에어컨을 설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측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지난 5월 인천4센터 2~4층에 에어컨이 있는 휴게공간인 열 피난처를 마련했지만(5월29일자 6면 보도=찜통 벗어난 쿠팡물류센터, 3년 만에 불어온 '시원한 변화') 노동자들은 이를 이용할 수 없다고 푸념한다. 주기적으로 정해진 휴게시간이 없을 뿐 아니라, 1~2분 정도만 이곳을 이용해도 관리자가 업무 복귀를 지시한다는 것이다.
29일 인천 서구 오류동 쿠팡 인천4센터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가 농성을 벌이고 있다. 2024.7.29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제공 |
노동자 이모(32)씨는 "일을 하다가 땀이 비 오듯 쏟아져 열 피난처에서 쉰 지 2분 만에 다른 공정의 관리자가 쉬고 있는 내 모습을 촬영하고 나를 담당하는 관리자에게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내방송으로 열 피난처에 있는 노동자의 이름을 부르거나 열 피난처에 관리자가 찾아와 업무에 복귀하라고 지시하다 보니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도 했다.
고용노동부는 체감온도 33℃가 넘으면 매시간 휴식 10분을, 35℃가 넘으면 15분을 제공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다. 물류센터 내 습도는 보통 60~80%로 노동자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실내온도보다 1~2℃ 높지만 사측은 실내온도 33℃가 넘었을 때만 오후 4시부터 15분간 휴식시간을 준다.
29일 인천 서구 오류동 쿠팡 인천4센터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가 농성을 벌이고 있다. 2024.7.29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제공 |
쿠팡물류센터지회 최효 인천센터분회장은 "에어컨이 없어 실내온도가 36℃가 육박하는 작업공간에서 일하다 잠시 열 피난처에서 더위를 식히는 것조차 관리자가 제재하고 있다"며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시간이 없다 보니 노동자들에게 열 피난처는 '그림의 떡'"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쿠팡풀필먼트서비스 관계자는 "근무시간 중이라도 직원들의 몸에 이상이 있어 휴식이 필요한 경우에는 휴게공간에서 쉴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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