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처벌 목적 아닌 '책임 강화' 제도개선 나서야" [중대재해 책임의 경계 '발주자']

입력 2024-07-30 20:58 수정 2024-07-30 21:15
지면 아이콘 지면 2024-07-31 3면

"산안법상 도급인서 발주자 제외

실제책임 묻기 힘든 구조 만들어"

"21대서 무산된 건설안전특별법
재추진 등 안전관리 의무화를"


산업안전보건의 달 기획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인천에서는 13명의 노동자가 지자체·공공기관 발주 건설현장에서 숨졌지만 지자체장이나 공공기관장이 경영책임자로 인정된 바는 없어 법 취지에 맞게 발주자에 대한 처벌 등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중대재해가 발생해 1명의 노동자가 숨진 서울도시철도 7호선 인천 청라국제도시 연장선 건설사업 4공구 공사 현장 모습. 2024.7.30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발주한 건설 현장에서의 중대재해 발생을 예방하려면 발주자의 안전관리 활동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 제21대 국회 때 무산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다시 추진하는 등 발주자의 안전관리 책무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영국(중대재해전문가네트워크 공동대표) 변호사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의한 '도급인'의 개념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을 '물건의 제조·건설·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타인에게 맡긴 사업주이다. 단 건설 공사 발주자는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권 변호사는 "건설분야는 발주자가 설계 단계부터 상당 부분을 관여하고 있어 여러 형태의 도급 가운데 발주자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며 "도급인의 범주에서 건설 공사 발주자를 제외하는 바람에 중대재해처벌법에서도 발주자에 대한 책임을 묻기 힘든 구조"라고 했다. 또 "공공기관이 실질적으로 공사 감독이나 관리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발주자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공기관 등 발주자가 의무적으로 사고 예방에 나서도록 건설안전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건설안전특별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김교흥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나 '이중 처벌' 논란으로 계류 중에 폐기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있는 상황에서 특별법까지 시행되면 과잉 처벌이 될 수 있다는 반론이 있었다.

특별법안 주요 내용을 보면 발주자는 ▲안전관리에 필요한 적정 공사 기간과 비용을 제공하고 ▲안전자문사를 선임해 자문받은 사항을 인허가권자에게 제출해야 하며 ▲시공사의 안전관리 역량을 확인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시정명령, 영업정지, 과징금 등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안홍섭 군산대 건축공학과 명예교수는 "기존 법에서 누락된 건설공사 발주자의 안전에 대한 책임을 공정하게 규정하는 게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의 목적"이라며 "발주자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발주자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지켜야 할 원칙들이 명시된 만큼 합리적으로 안전에 대한 책무를 분담할 수 있는 제도"라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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