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 개인전… 삶의 본질에 대한 오랜 고민·주제 반영
김선두개인전 ‘푸르른 날’이 7월17일부터 8월17일까지 학고재에서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김선두’(2020)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이다. 전시 제목은 서정주의 시 ‘푸르른 날’을 차용한 것으로, 삶의 본질에 대한 작가의 오랜 고민과 주제 의식을 반영한다.
김선두는 현대적 감각으로 한국화를 재해석,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다.
그는 장지에 분채를 여러 번 쌓아 올리는 기법을 사용하여 색을 우려낸다. 장지는 촘촘하고 두껍기 때문에 수십 차례 채색해도 색을 포용할 수 있다.
물감을 머금은 장지에는 색이 투명하고 짙게 발색된다. 채색을 얹어 지우고 더하는 과정을 수십 차례 반복하여 작품에 깊이감을 더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 풍경을 담은 ‘On the Way in Midnight’(2024), ‘낮별’(2021-2024), ‘지지 않는 꽃’(2024) 연작 외에도 한 시대를 대표하는 운동선수나 시인 등의 인물을 그린 ‘아름다운 시절’(2021-2024) 연작이 함께 소개된다. 학고재 본관과 신관 지하 2층에서 36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개인전 전시주제
전남 장흥군의 한 시골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김선두는 새와 들풀 등 자연의 대상을 그려왔다. 그의 작품에는 인생과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번 전시는 김선두의 작품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명한다. 작가는 자연 풍경 속에서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하며, 고요하면서도 강렬한 색감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그의 작업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는 것을 넘어, 자연의 이치 그리고 삶과 예술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고 있다.
밤길의 정취를 담은 ‘On the Way in Midnight’, 자연을 세밀하게 기록한 ‘낮별’과 ‘지지 않는 꽃’ 연작은 인간 내면의 성찰을 이끌어낸다.
이 작품들은 자연의 아름다움 너머의 감정을 보여주며, 생명과 죽음, 희망과 절망, 아름다움과 공허함이 교차되는 삶의 본질을 성찰하게 한다.
김작가는 “꽃이 피는 찰나, 폭죽이 터지는 순간, 성취의 절정을 포착함과 동시에 그 이후의 감정과 모습을 화폭에 담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아름다운 시절’ 연작은 각 인물의 생에서 가장 찬란한 순간을 시적으로 그려낸다. 작품 하단에는 일상을 새겨 그들의 내면 세계에 깊이 공감하게 한다.
절정의 순간은 폭죽이 터지는 순간의 화려함을 담아낸 ‘싱그러운 폭죽’에서 극적으로 드러난다. 김선두는 유한한 시간 속에서 찬란한 순간들의 가치를 되새기며, 관객에게 삶의 본질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이 지닌 다층적 의미를 통해, 삶의 아름다움과 그 이면에 숨겨진 감정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작품 소개
붉은 배경색 위에 별과 별자리가 그려져 있다. 화폭의 중앙에는 옥수수 줄기가, 하단에는 달고나가 놓여 있으며 그 위에 새가 앉아 있다. 새의 시선은 달고나를 향해 있다. 배경에 자리 잡고 있는 별은 어두운 밤하늘에서만 우리의 눈에 들어온다. 별은 언제나 자신을 밝히고 있지만, 환경에 따라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도 별은 옥수수, 새, 달고나에 가려진다. 작가는 달고나를 바라보는 새 즉, 욕망을 좇는 우리에게 진정한 삶의 의미를 질문한다. ‘낮별’ 연작의 배경에는 언제나 반짝이는 별이 담겨 있다. 어떤 시간 속에서도 별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시선을 전환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향하게 한다.
푸른 빛의 밤하늘 위에 보름달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작품의 중앙에는 어두운 길을 홀로 걷는 사람이 있다. 보름달의 빛은 어두운 밤길을 밝힌다.
보름달은 암흑 같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에게 온기가 되어 용기와 위안을 준다. 작가는 암흑 속 두려움을 안고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보름달의 밝은 빛과 같은 존재가 가지는 힘을 상기시킨다. ‘On the Way in Midnight’는 인생의 여정에 함께하는 동반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리의 여정에 빛을 비추는 존재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운다.
‘아름다운 시절-김수영’은 시인 김수영의 젊은 시절을 담은 초상화다. 작품 상단에는 시인의 초상화가, 하단에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알파벳이 새겨져 있다.
그 아래, 김수영의 ‘이 한국문학사’가 적혀 있으며, 글씨는 덧쓰여져 마치 연기처럼 보인다. 이 작품 외에 ‘아름다운 시절’ 연작에서는 주로 작품 하단에 인물의 일정을 쓰고 지우고 덧붙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반복성과 그 속에서의 변화를 표현한다.
일상 속에서의 작은 변화들이 모여 결국 큰 의미를 형성함을 드러낸다. 유한한 시간 속 찬란한 순간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작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소중함과 그 안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환기시킨다.
전시장 가장 안쪽에 위치한 ‘싱그러운 폭죽’은 폭죽이 터지는 절정의 순간을 묘사한다. 폭죽의 불꽃은 한시적으로 존재한다. 그 이후로는 소멸된다는 점에서 삶의 일시적인 순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작가는 우리가 꿈꾸고 목표로 삼는 것들이 이루어지는 순간과, 그 목표에 도달한 뒤 사라져 버리는 공허함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작가는 폭죽이 터지는 찰나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면서 동시에 인생의 목표에 도달했을 때의 감정적 여운을 보여준다.
■작가 소개
김선두는 1958년 전라남도 장흥에서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한국화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취득했다. 1994년부터 2024년까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한국화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한국화학과 명예교수로 있다. 포스코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주요 단체전으로는 ‘아 아! 동양화전’(2023,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파주), ‘무릉도원보다 지금 삶이 더 다정하도다’(2023, 제주도립미술관, 제주), ‘음풍영월’(2022, 주홍콩한국문화원, 홍콩),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다’(2021, 전남도립미술관, 광양), ‘디엠지’(2019, 문화역서울284, 서울) 등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금호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