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에 수도권 농작물 피해
개발 영향… 용인·광주 농민 울상
지자체 보상 외 별다른 대책 없어
"이제 수확 좀 하려했는데 멧돼지들이 옥수수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습니다. 노랗게 잘 익은 알맹이만 '쏙' 빼먹고 짓밟아 버렸네요. 벌써 3년째 똑같은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용인시 원삼면 70대 김상영(가명)씨는 최근 새벽에 밭을 가보고 깜짝 놀랐다. 멧돼지 여러 마리가 3만㎡나 되는 옥수수밭을 완전히 뭉개버렸기 때문이다. 바닥에는 먹다 남은 옥수수가 나뒹굴고 있었고 익지 않은 옥수수들도 모두 쓰러져 애지중지 키운 작물을 다 버려야만 했다. 이에 앞서 올 봄 광주시의 농가에서도 다 자라지도 않은 고구마를 멧돼지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먹어치우고 사라졌다. 함께 키운 콩은 고라니가 와서 싹쓸이했다.
이처럼 수도권 전역에서 야생 멧돼지 등의 습격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극성이다. 지금과 같은 여름철에는 주로 옥수수가 대상이다. 봄에는 고구마순, 가을에는 벼 등 계절마다 가릴 것 없이 농작물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특히 이같은 상황은 농촌 지역이 도심화 되고 있는 곳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용인지역은 주로 처인구 백암, 양지, 원삼 지역에 출몰이 잦은데 모두 인구가 늘고 건축, 토목 등 개발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곳이다.
실제로 용인시에 접수된 피해신고를 보면 2022년 100여 건에서 지난해 260여 건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건수를 보이고 있다.
시의 허가를 받아 30년째 야생동물을 잡고 있는 엽사 강진웅(61)씨는 지금의 현상은 개발행위가 주요 원인 같다고 전했다. 뚜렷하게 멧돼지 등 야생동물의 개체 수가 늘어난 것 같지도 않은데 농작물 피해가 더욱 커지는 것은 그만큼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강 씨는 "전에는 멧돼지를 1년에 150~200마리 정도 잡은 것 같은데 요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진 것을 보면 개체 수가 많이 늘어난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문제는 멧돼지가 거주할 곳이 점점 사라지고 먹이가 사라져 굶주리다 보니 출몰 빈도수가 늘고 있다"며 현 상황을 전했다.
일선 지자체는 피해 농가 지원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매년 피해 접수가 늘어나고 있고 아무래도 농촌이 도심화하면서 벌어지는 것 같다"며 "시는 피해 농가들에 보상과 함께 울타리를 설치할 수 있는 비용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용인/조영상기자 donal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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